여기저기서 퇴짜 맞아 갈 곳이 없어
광주시 “공공기관에 설치는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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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돈을 모아 제작한 경기도 광주시의 ‘평화의 소녀상’이 갈 곳을 찾지 못해 화물트럭에서 제막식을 여는 수난을 겪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사는 ‘나눔의 집’이 있는 곳으로 소녀상이 갖는 의미가 남다른데도 “공공기관에 소녀상을 둘 수 없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 시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18일 ‘경기광주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은 2017년 1월부터 평화의 소녀상 제작·설치를 위한 시민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고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목적에서다.
그 뒤 시민 850여명이 모금운동에 참여해 모두 4900여만원을 기부했고, 추진위는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높이 1.7m의 소녀상을 제작해 시민들이 많이 볼 수 있는 곳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소녀상은 두 손바닥 위에 작은 새를 올려놓은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추진위는 지난해 말부터 시민들을 상대로 소녀상을 세울 장소를 조사했고, 시민들은 경강선 광주역광장, 광주시청광장을 각각 1, 2순위 입지로 선택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는 역 주변에는 ‘영구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철도법 등의 규정을 들어 장소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추진위는 시청광장 한쪽에 소녀상을 설치할 수 있도록 4㎡(1.2평)의 터를 내달라고 광주시에 요청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주차장 조성 계획이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대신 신동헌 광주시장은 경안천 둔치 청석공원에 소녀상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문제는 경안천이 홍수 등으로 물이 불어날 우려가 커, 청석공원이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곳에 소녀상을 세울 경우, 소녀상이 유실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하천인 경안천을 관할하는 국토교통부 역시 ‘범람 위험으로 고정 구조물 설치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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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리를 찾지 못한 소녀상은 3·1운동 100주년인 지난 1일 오후, 청석공원에 세운 5t 화물트럭 적재함에서 제막식을 맞아야 했다. 이 소녀상은 현재 광주시청 빈터 한쪽 화물운반용 목재 위에 임시로 놓여 있는 상태다.
변하삼 추진위 집행위원장은 “나눔의 집을 품은 너른 고을 광주에 평화의 소녀상이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그런데도 시민들이 원하고,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는 곳에 1.5평가량의 땅만 내주면 되는데 그것이 이렇게 힘든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알아본 결과, 공공기관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청석공원 설치를 제안하고 국토부와 추진위의 협의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시청의 경우 시청광장에 소녀상이 있고, 경기도의회는 의회 청사 앞에 같은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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