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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쪽방 고시원 없앤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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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시가 '좁고 어두운' 이미지의 고시원을 최소 방 면적(7㎡) 기준과 창문 설치를 의무화해 살 만한 공간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사건을 계기로 고시원 안전 및 열악한 주거환경이 문제가 되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발표돼 실제 실행 시기도 모호한 데다 되레 임대료 인상 역풍이 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서울시는 △고시원 주거기준 마련 △리모델링 예산 지원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확대 △고시원 거주자의 주택바우처 지급 대상 포함 △고시원 밀집지에 '공유공간'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후 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현재 국내 전체 고시원 1만1892개 가운데 절반인 5840개의 고시원이 서울에 있다"면서 "낙후된 주거환경에서 열악한 각자도생의 삶을 살고 있는 고시원 거주자의 주거 인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가 발표한 고시원 주거 대책의 핵심은 방 면적을 7㎡ 이상으로 확보하고, 방마다 외부와 연결되는 창문을 의무 설치하는 내용의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앞으로 서울시의 노후 고시원 리모델링 사업에는 즉시 적용되고, 신축 고시원에는 국토교통부의 '다중주택시설 건축기준'이 개정된 이후 적용이 가능하다. 시는 낡은 고시원을 직접 매입하거나 민간업자가 리모델링할 때 최대 2억원씩 지원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에 올해 예산 7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가 전액 지원하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은 올해 예산을 1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려 약 75개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예정이다.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조건이 기존에는 고시원 입실료 5년간 동결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입실료 3년 동결로 완화했다.

시는 또 저소득가구에 임차료 일부를 지원하는 '서울형 주택 바우처'(월 5만원) 지급 대상에 고시원 거주자도 새로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대책의 핵심인 고시원 주거 기준 마련과 관련해 실권을 가진 국토부 담당자는 "지난주 금요일(15일) 서울시로부터 의견을 전달받았고 사전 협의는 없었다"면서 "고시원의 열악한 주거 문제는 알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이제부터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 안팎에서는 지난 1월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 발표 때 행정안전부와 잡음을 냈던 서울시가 또다시 '행정 조급증'을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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