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상담 ‘비건생활연구소’, SNS에선 #나의비거니즘일기, 위키문서로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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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5살 ‘천진이’가 왈왈 짖으며 아는 척을 한다. 천진이는 지난해 4월 <애니멀피플>에서 보도한 바 있는 수의대 분만 실습용 실험견으로 학대받던 강아지였다. 반려인 캘리(38·별명)는 입양하자마자 ‘순풍’이었던 개의 이름부터 새로 지어줬다. 그는 이제 천진이라 불리는 무릎 위의 개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개 5마리, 고양이 2마리 모두 7마리 동물의 집사이기도 한 캘리씨는 비건(Vegan·동물성 식품 및 제품을 모두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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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 채식카페 ‘달냥’에 들어서자 3명의 비건과 한 마리의 강아지가 맞았다. ‘달냥’을 운영하는 캘리, 쏘이(42), 채식사업 컨설턴트 김승현(50)씨는 모두 10년 이상 ‘내공’의 비건이기도 하다. 최근 ‘비건생활연구소’를 꾸린 이들은 메신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이용해 실시간 비건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비건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마주하는 제품들의 비건 여부를 문의하면 상담시간(월~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내에 답변을 해주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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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은 외롭거나 비참한 게 아니에요”
실시간 상담소는 지난달 정식 활동을 시작한 비건생활연구소의 첫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캘리씨는 “3월1일에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그날만 10건이 넘는 문의가 들어왔다. 이후에도 하루에 4~6건의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비건생활연구소 운영진은 5명으로 이 가운데 캘리, 쏘이, 양윤아(37) 비건 타이거 대표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번의 ‘비건 페스티벌’을 치러낸 기획자들이며, 과거 동물권단체 ‘케어’에서 활동가로 활약하기도 했다.
“비건은 외롭거나 비참한 것이 아니에요. 얼마든지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비건을 실천할 수 있어요.” 4년 전 비건 페스티벌을 기획할 때 전하고 싶었던 말이란다. 캘리씨는 “비건 페스티벌이 비건들에게 보내는 응원, 격려였다면 비건생활연구소는 그것을 좀 더 일상적으로 풀어낸 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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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자본 아닌 소비자가 주도해야
그는 “최근 비건이 확산되면서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고 느꼈다. 비건 수요가 많아지니까 대기업에서도 비건 제품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이왕이면 기업 논리, 자본 논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좋은 방식, 동물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로서 시장에 제대로 된 비건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쏘이씨는 “소비자가 많이 모이면 대기업이나 정부를 상대로 요구할 수 있는 사항들이 생긴다. 비건 소비도 마찬가지다. 채식이라고 해서 다 비건이 아니다. 비거니즘 지향자들은 오랑우탄 서식지를 파괴하며 만들어지는 팜유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거니즘(veganism)은 육류·생선 등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채식 위주의 식생활뿐 아니라 의류 및 화장품과 생활용품에서도 동물에서 유래한 성분을 배제하거나 동물실험,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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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은 나 아닌 다른 존재를 대하는 방식
2011년부터 채식물품을 판매·유통하며 ‘비건으로 사회 생활하기’를 고민해온 김승현씨는 “비건은 다른 존재를 대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내가 받기 싫은 대접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지 말라’는 건데, 사실 우리가 동물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생각과 행동이 다른 존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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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 실천 움직임은 최근 온라인에서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7월 개설된 ‘비건편의점 위키’에는 비건이 일상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위키피디아(사용자 참여형 온라인 백과사전)로, 총 332개의 문서에는 비거니즘 용어, 개념, 이슈부터 비건 식제품은 물론 문화, 예술, 인물까지 다양한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다. 비건 식당들의 위치를 구글맵에 표시한 ‘비거니즘 지형도’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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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한 비거니즘 공유 물결
트위터 계정 ‘비거니즘봇’(@veganism_bot)은 비건편의점 위키의 새 글과 다양한 뉴스를 공유하고, 누리꾼들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의 비거니즘 일기’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공유한 비거니즘 일상도 함께 소개한다.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비건 개인이 일상적인 궁금증을 묻고 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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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에서 채식, 비건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지역·대학·채식단계별 그룹 채팅방이 다양하게 개설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5일 현재 참여자 121명이 속해있는 ‘채식공감 비건/자연식물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 방의 경우, 지난 보름간 공유된 사진과 링크의 정보만 170여개가 넘는다. 채팅방의 특성상 일목요연한 확인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비건 개인이 어디서든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성분 데이터 구축, 그게 우리 포부예요.” 비건생활연구소는 추후 상담내용을 모아 쉽고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네트워킹의 중요성도 당부했다. “비건도 혼자 하면 섬처럼 느껴져요. 같이 비건을 실천할 친구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같이 하면 더 오래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게 비건이라고 생각해요.” 글·사진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카드뉴스 ]편의점에서 비건음식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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