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의 수하쯤으로 묘사한 이 발언은 지난해 9월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한국인 기자가 쓴 글이 출처다. 문제는 나경원 대표가 인용한 기사가 함량미달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이라고 한다면 근거가 될 만한 전문가나 미국 관리 등의 말이 인용됐어야 하는데 해당기사 어디에도 없다. 기자 자신의 주장만 있다. 블룸버그의 한국인 기자는 자신의 주장을 팩트로 위장했고, 나경원 대표는 이런 기사를 외신에 실렸다는 이유만으로 국회 대표연설에서까지 인용했다. 길에서 들은 것을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얘기한 것이다.
‘도청도설’의 예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국론분열을 가져왔다고 말하는가 하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후보 토론회에서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몇몇 의원들은 5.18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고 까지 주장했다.
‘교언난덕’(巧言亂德), 선동적이고 그럴 듯하게 꾸민 달콤한 말은 바른 것을 어지럽힌다. 인(仁)을 놓고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공자지만 왜곡되고 선동적인 말을 하찮은 것으로 여겨 자비를 베풀면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공자는 노나라에서 지금의 법무장관 격인 ‘사구’가 되어 3개월을 일했는데 취임하자마자 처음 한 일이 교묘한 말로 당시 민심을 현혹하던 소정묘라는 대부를 처형한 것이었다. 물론 공자의 소정묘 처형사건은 역사적으로 고증이 되지 않아 논란이 있긴 하다.
5.18 북한군 개입설부터 태블릿 PC 조작설,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주장에 이르기까지 자유한국당의 계속되는 ‘교언’은 당연히 극우 성향의 태극기부대를 의식한 발언이다. 거친 말로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공격함으로써 선명성을 드러내고 북미 핵협상 결렬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당장은 극우 보수층을 결집하고 여론의 주목을 받는 데 막말만한 게 없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의 막말과 교언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를수록,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막말은 계속되고 수위는 높아질 것이다.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반 문재인 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는 자유한국당에 맞서 더불어민주당도 공세를 차단하는데 적극적이지만 2500여 년 전 공자가 소정묘를 죽였듯이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판세는 공세를 펼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당연 유리하다.
‘부지명 무이위군자야’(不知命 無以爲君子也), 시대의 흐름 추세 환경을 읽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 군자가 될 수 없을뿐더러 당연히 권력도 잡을 수 없다. 막말과 교언은 일시적으로 태극기부대를 열광시키고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막말은 자유한국당이 다시 권력을 잡아 집권여당이 되게 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하수인이고, 태블릿 PC는 조작돼 있고, 5.18은 북한군이 개입해 일어난 폭동이라는 주장이 지금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말일까. 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로 시작된 ‘논어’는 시대흐름과 시대정신을 읽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끝을 맺는다.
박종면 본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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