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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최공필의 심모원려] 디지털 시대의 포용적 금융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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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공필 금감원 블록체인자문단장


과거 우리나라는 성장 우선의 목표달성을 위해 금융 지원이 당연시되었다. 이로 인해 불가피해진 금융 억압으로 인해 경제활동의 결실이 내수 기반의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취약해졌다. 그 결과 양극화 심화와 더불어 안정화 비용이 늘어나게 됐다. 우리나라 국채의 경우 신용등급은 AA로 높지만 국경간 거래에 필수적인 적격담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 신용평가에 걸맞는 시장활용 측면에서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궁극적 신뢰의 축이 거대시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함에 따라 위험분산과 자원배분에 있어서도 불가피한 한계를 보이게 된다.

안전자산 보유라는 소극적 전략에 의존하는 동안 자체적인 신뢰 토대가 강화되지 못하면서 금융 부문에서는 새로운 시장진출 대신 안정적 관리가 중시되고 있다. 다양한 저축수단과 투자기회가 제한된 데다 투기억제 차원의 개입으로 시장마찰마저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위험 프로파일이 양극화되고 대규모 대기성 자금은 자산버블의 쏠림현상으로 편중되고 있다. 지역과 소득, 보유자산간의 격차로 인해 포용적인 금융안정의 모습은 관찰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거대해진 중국경제마저 금융부문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어 글로벌 자금 흐름은 여전히 기축 통화 중심이다.

중앙일보

심모원려 3/18


디지털 시대의 탈 중앙화 추세가 뚜렷해질수록 신뢰 토대의 혼란과 공백으로 시장혼란이 가중되기 쉽다. 새로운 가치창출의 기반이 형성되는 것과 맞물려 기존 국채중심의 신뢰토대를 환경에 맞게 제대로 확장시키려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그래야 다양한 신뢰토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하면서 본격적 디지털 시대의 성장과 고용기반이 다져지게 된다. 무엇보다 블록체인 기반 새로운 디지털 자산의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핵심자산의 상대적 활용도 저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래의 자산범주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존의 시장 신뢰토대마저 적응하지 못한다면 레거시 중심의 금융 역할은 일방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향후 포용적 금융안정을 도모하려면 그동안 폐쇄적으로 관리해왔던 국채 중심의 시장신뢰 기반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금융억압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핵심자산의 국경간 담보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다각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채의 활용도를 높여 거대시장에서 인정받는 신뢰의 축으로 발전시킴으로써 금융안정의 폭넓은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행히 리포 및 파생시장에서의 담보기반 거래는 기초여건이 취약할 경우 시장 신뢰를 구축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시장인프라 구축과 함께 국채의 국경간 담보역할이 강화될 경우 폭넓은 신뢰구축과 보다 효율적 위험관리가 가능해진다. 더불어 각종 사모 및 헤지펀드, 그리고 연기금 등의 안정적 참여가 가시화되고 다방면의 미래지향적 투자도 활성화될 것이다. 더 나아가 단순 보유대상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국경간 담보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의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역내 차원에서 적격 담보 기준마련과 더불어 디지털자산 거래플랫폼과 같은 미래지향적 시장 인프라 투자, 그리고 관련 규제 감독 지침의 동조화 논의 등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정부도 민간들이 제대로 실력 발휘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예측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일관성 있게 매진해야 한다. 미래의 시장은 특정 주체의 일방적 주도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자발적 연관과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공필 금감원 블록체인자문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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