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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매경데스크] `성공`보다는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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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생은 난타전이다. 얼마나 센 펀치를 날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계속 맞으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하나씩 얻는 게 중요하다."

영화 '록키 발보아'에서 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복싱경기 출전을 선언한 중년의 주인공이 던진 말이다. 이 영화의 대사를 몸으로 보여주는 현역 복서가 있다. 필리핀 상원의원이면서 최근 WBA웰터급 경기에서 챔피언 자리를 지킨 매니 파키아오다. 한계체중 49.9㎏인 플라이급에서 출발한 파키아오는 슈퍼 웰터급(69.9㎏)까지 평정해 8체급 세계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다. 1978년생으로 이미 불혹을 넘긴 그는 "경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매번 자신에게 싸움을 걸 수 있는 용기"라고 말한다. 아무리 파키아오라고 하지만 다음번 시합에서 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복싱팬은 50전 전승으로 패배가 없는 플로이드 메이웨더보다 70차례 싸워 7패를 기록한 파키아오에 더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

도전하는 야구 인생의 대표라면 김병현 선수가 있다. 1979년생인 그는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자신을 불러주는 팀을 찾아 '미국→일본→한국→도미니카공화국→호주'로 옮겨다녔다. 2000년대 초중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성적 부진과 몸의 부상으로 2007년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됐다. 그 후 일본 라쿠텐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와 넥센과 KIA에서도 뛰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후 호주 멜버른팀에 입단했다. 대부분의 스타 선수들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에 은퇴를 하지만 김병현은 달랐다. 그는 작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공에 만족했을 때 그만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공을 던졌다고 판단해 2019년 2월말 은퇴 의사를 밝혔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너무 힘들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주력 산업 위축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생산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소비 침체로 자영업 종사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청년 실업과 고용 악화는 만성화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 '노력해도 별수 없다'는 패배의식이나 자조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도전하지 않으면 된다. 배가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눈을 들어서 주위를 둘러보면 새로운 길을 만들고 꽃을 피운 사람들이 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표적이다. 박 감독은 속된 말로 한국 축구계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짐을 싸서 베트남으로 떠난 중년 남성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재취업에 만족하지 않고 베트남 축구팀을 아시아 강호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것은 그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랜 기간 축구에 관해 많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했던 것이다. 럭키금성과 수원삼성 코치를 거쳐서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다. 이처럼 장기간 축적의 시간을 가졌기에 비로소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박 감독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베트남 드림'을 실현한 사례로 꼽힌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은 인생의 목표를 너무 '성공'에만 두기 때문은 아닐까. 직장에서의 성공, 사회적인 출세 등이 목표가 될 때는 그 목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낙담하고 주저앉기 마련이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서 우리의 지향점을 '성공'이 아닌 '도전과 성장'에 맞춰보자. 새로운 가능성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동물은 성장을 멈추는 순간 노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인간은 신체적으로 쇠퇴가 시작될지라도 정신적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힌 듯이 느껴지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게 뭘까. 관점을 바꾸고 지향점을 재설정하는 것이다.

각계 리더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힘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말을 했으면 좋겠다. 특히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우리 함께 힘을 합쳐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는 격려의 말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스스로에게 한 걸음 더 내딛는 용기를 갖자고 응원해보자. 어려움을 견뎌내고 다시 일어서려는 모든 인생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김대영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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