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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美 공화당 상원, ‘국경 장벽 건설’ 트럼프에 반기 …트럼프는 ‘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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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공화당 의원들까지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의 상징’ 국경 장벽 건설 무력화에 동참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반기를 드는 내용의 결의안이 14일(현지 시각) 공화당이 수적 우세에 있는 상원을 통과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즉각 거부권 행사를 선언해 장벽 건설 갈등이 여권 내까지 번지고 있다.

이날 찬성 59표, 반대 41표로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 비상사태를 저지하는 미 의회 결의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이 결의안은 지난달 26일 야당이 민주당이 우세한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올라갔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월 3일 백악관 브리핑룸을 '깜짝 방문'해 국경 보안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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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의안이 여당인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통과할 수 있던 이유는 공화당 내 이탈표가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로저 위커·마르코 루비오 의원 등 공화당 상원 의원 12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장벽 건설 정책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앞서 로이터 등 미 외신이 예상했던 ‘5명 이탈’을 크게 넘는 수다. 미 상원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를 두고 CNN은 "압도적인 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최대 공약이 자신의 정당(공화당)에 의해 (부정돼) 전달된 상원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도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대통령과의 불화를 감수하려고 한다"고 평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꾀하는 국가 비상사태를 거부하는 결의안에 어떤 표를 던질 지 몇 주간 고심해왔다고 한다. 이런 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되면 앞으로 위험한 선례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롭 포트먼 공화당 오하이오주(州) 상원의원은 결의안 투표에 앞서 "(국가 비상사태 선포는) 미래 대통령이 어떤 정책이든 그가 원하는 걸 실행하고자 밀어부치는 문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상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것을 두고 여당 내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보수성향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루빈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내에서) 통제권을 잃고 있다. 그는 가라앉는 배의 선장이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의안 통과 소식을 듣고는 행정부의 ‘1호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거부권 행사(Veto)!"라고 올렸다. 이어 연달아 올린 트위터 글에서 "난 방금 통과된 민주당 주도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를 고대한다. 이 결의안은 국경을 열어 우리나라(미국)의 범죄와 마약, 인신매매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국경 장벽 건설이 반이민 정책을 위한 것임을 다시 환기하며 지지층을 모으려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재도전 과정에서도 이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미 의회가 거부권을 무산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반대 법안을 제정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기 때문. 이는 현 의회 구도상 힘든 상황이다. 공화당 상원 의원이 이탈해 결의안 찬성표가 59개나 나왔지만 이는 3분의 2(67명)에 한참 못미친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하원은 오는 26일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기각 절차를 시도한다고 했지만 시도가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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