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전문위원
“용산 미군기지 반환 문제에 접근하고 대처하는 모습은 박원순 현 서울시장도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들과 어떤 차별성도 없다.”
서재철 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사진)은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주한 미군기지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반환 논의가 진행되면서 대규모 개발이 점쳐지는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는 전 세계 해외 미군 주둔기지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곳으로 꼽힌다.
서 위원은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오키나와현은 미군기지 오염을 담당하는 전담 공무원들이 있고, 기초단체장이 미국의 펜타곤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미군기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환경오염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독일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를 철저히 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수도 한복판의 대규모 부지를 미군이 운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오염조사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미군기지 반환 논의 과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외교부, 국방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의 몇몇 고위 관계자들을 빼면 미군기지 반환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고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주한 미군기지에서 매번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는 건 해외 주둔군의 시설 관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미군의 운영 방식 탓이 크다고 서 위원은 지적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기에 적극적으로 시설을 관리하거나 정화작업을 할 필요가 없고, 그 책임을 한국 정부나 지자체에 떠넘기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게 서 위원의 분석이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안보서비스를 제공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는 미군이 초래한 문제를 남겨둔 채, 불평등한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서 위원은 “미군기지 환경문제 등 다양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생기지만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현재의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군기지 반환 논의가 나올 때마다 매번 환경오염 문제가 논란이 된다. 서 위원은 환경오염 문제만 없었다면, 미군기지 반환 문제가 오랜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지 반환을 전후해서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이 매번 발견되기 때문에 빠른 반환이 이뤄지기 어렵다. 그러니 개발 계획을 세우기도 힘들어 손쉬운 방법으로 공원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유엔사 부지는 정화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염 물질이 다시 발견되는 건 오염 조사와 정화작업 방식, 기지 반환 과정이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상태로는 용산 일대의 미군기지 반환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환경오염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져 홍역을 치를 것”이라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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