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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버닝썬 사태

유착·비호…버닝썬 수사 `위기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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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민갑룡 경찰청장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당초 폭행 시비로 시작된 사건이 경찰의 유착 문제로 비화한 데다 고위 경찰의 클럽 봐주기 의혹까지 나오면서 경찰 수사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급해진 경찰은 13일 이례적으로 민갑룡 경찰청장이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히는 등 부실수사·비호의혹 등 차단에 나섰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번 사건 관련 문제의 카톡방에 참여했던 이들을 14일 한꺼번에 소환조사한다고 밝혔다. 불법촬영물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 씨(30)와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빅뱅 승리(이승현·29)가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승리는 지난달 27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지 15일 만이다. 승리와 같은 대화방에 참여했던 유리홀딩스 대표 유 모씨(33)도 같은 날 경찰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버닝썬과 경찰관 간 유착 의혹과 관련해 전직 경찰관 강 모씨(44)에 대해 지난 12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5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다. 경찰은 또 정씨가 과거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던 서울 강남 소재 사설 포렌식 업체에 대해 13일 오전 11시 30분께부터 수사관 1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례적으로 하나의 사건에 '올인'할 정도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경찰을 향한 외부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해 11월 클럽과 경찰관 간 유착 의혹이 정씨의 불법촬영물 논란과 승리의 성접대 의혹으로 옮아가면서 일각에서는 '의도적인 프레임 전환'이라는 비판마저 나올 정도다. 특히 2016년 정씨가 여성 불법촬영으로 수사를 받을 때 담당 경찰이 "스마트폰 복원이 어렵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사설 업체에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기관도 경찰 대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승리와 정씨 등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대화내용과 관련한 수사를 11일 경찰이 아닌 대검찰청에 의뢰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보인다. 경찰로서는 제대로 체면을 구긴 셈이다. 그동안 경찰은 권익위에 공익제보 형식으로 제출된 카카오톡 자료에 대해 협조 요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려오던 상황이었다. 권익위에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를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찰서장보다 높은 직급의 경찰과 특정 연예인 간 유착 정황을 의심할 만한 대화내용도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경찰은 긴급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민 청장은 "경찰 고위층까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수사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대화 내용 중 '옆에 업소가 우리 업소 사진을 찍어서 찔렀는데(신고했는데) 경찰총장이 걱정 마라더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장은 '경찰총장'이 아닌 '경찰청장'이다. 민 청장은 "마치 뒤를 봐주고 있는 듯한 뉘앙스의 표현들이 나오기 때문에 (경찰이) 연루된 것이 없는지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며 "'경찰총장'이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건지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화가 오간 시기는 2016년 7월로 당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재직하던 때였다. 이에 강 전 청장은 "승리란 가수에 대해서는 일면식도 없고 알지 못하며, 이 건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실임을 알려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FT아일랜드 소속 가수 최종훈 씨(29)가 2016년 2월께 음주운전에 적발된 뒤 보도를 막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 대화 내용이 오간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대화방에서 경찰로부터 생일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등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경찰은 "보도를 누가 막아줬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씨 소속사는 "언론사나 경찰을 통해 그 어떤 청탁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오는 5월 출범하는 7기 양형위원회에서 몰카 범죄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몰카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최근 처벌이 강화됐다.

[박대의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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