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취업자 감소세 계속…질 좋은 일자리 계속 줄어
사회복지·보건업 취업자 증가 23.7만명…사상 최고
지난해 2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10만4000명으로 주저 앉으며 시작된 ‘고용 참가’가 13개월 만에 주춤해졌만 정부 안팎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업자수가 전년동기 대비 26만3000명 늘어난 2월 고용동향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취업자수 증가폭이 20만명대로 회복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전임자인 김동연 전 부총리가 "취업자수 증가폭이 20만명이 넘으면 광화문 광장에 나가 춤이라도 추겠다"고 말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가 ‘로우키(low-key·목 소리를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메시지를 내는 것)’로 입장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질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30~40대 일자리 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또 최저임금 급등 영향을 받고 있는 숙박·음식, 도소매업 일자리도 감소폭이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얼어붙어있다. 노인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공공 분야의 단기 일자리가 큰 폭으로 늘면서 양적 지표는 좋아졌지만, 질적인 개선은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서울 성산동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설명회에 고령자들이 참석해 어떤 일자리가 제공되는 지 설명을 듣고 있다. /조선일보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040 가장 실업 급증…50대 주부 일자리 찾아 나섰다
2월 취업자 증가폭은 26만3000명인데, 60세 이상 취업자는 39만7000명에 달한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2018년 2월 16만5000명 늘었다. 올 2월 고령 취업자 증가폭이 예전보다 13만명 정도 확대된 셈이다. 고령 취업자 증가폭 확대를 제외하면 일자리 증가는 13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고령 취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정부가 1~2월 25만개 가량을 공급한 노인일자리 사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영향을 월별로 쪼개어 볼 수는 없지만 2월부터 시작된 사업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고령자 대상으로 공공 부문 단기 일자리가 늘어난 게 2월 노인 취업자 증가의 주요 원인이란 얘기다.
연령대별 취업자와 고용률을 따져보면 30~40대 남성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었다. 30대 남성 고용률(88.8%)은 지난해 2월보다 1.2%포인트(p), 40대 남성 고용률(91.4%)은 0.2%p 각각 감소했다. 50대 남성(85.2%)도 0.4%p 고용률이 하락했다. 30대 남성 고용률 하락폭은 2018년 하반기에 0.9%p였는데, 올 1월 -1.6%p를 기록하면서 하락폭이 커진 상황이다. 노동 시장이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50대 여성이 대거 노동시장에 나왔다. 2월 5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4.9%로 전년동기 대비 1.5%p 늘어났다. 하지만 50대 여성 고용률 증가폭은 0.8%p에 불과하다. 50대 여성의 0.7%(2만9000명)가 실업자 대열에 합류했다는 얘기다. 2월 전체 실업자 증가(3만8000명)의 4분의 3을 50대 여성 실업자가 설명한다. 2월 실업률이 4.7%로 전년 동기 대비 0.1%p 늘어난 데에는 일자리를 찾아 나선 50대 주부들이 있는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제조업 일자리 감소 계속
농림어업과 공공행정·국방을 제외한 비농업민간일자리는 2월 12만9000개가 늘었다. 비농업민간일자리는 2018년 4월 1만2000개가 감소한 뒤, 2018년 11월(4만9000개)을 제외하면 계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사회복지·보건업을 제외한 나머지 일자리의 경우 10만8000개 줄었는데, 2018년 하반기(19만8000개 감소)보다 감소폭이 9만개 가량 줄어들었다. 민간 일자리 위축이 진정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민간 일자리 감소세가 진정된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 숙박·음식, 도소매 산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일자리 소멸 현상이 진정됐기 때문이다. 숙박·음식 및 도소매업에서 취업자수는 5만9000명 줄면서 2018년 7월부터 계속된 취업자수 10만명 이상 감소 행진을 끝냈다. 2018년 하반기(6~12월) 숙박·음식 및 도소매업의 취업자 감소는 14만9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계속됐다. 2월 제조업 취업자는 15만1000명 줄었다. 1월(17만5000명)보다는 감소폭이 약간 줄었지만, -9만7000명을 기록한 2018년 하반기보다는 감소폭이 5만4000명 더 크다. 남성(-9만8000)과 여성(-5만8000명) 취업자 모두 줄어들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회복지 일자리만 늘어…주 35시간 이하 단기 위주
사회복지 및 보건업 취업자는 23만7000명 늘어나면서 월별 취업자수 증가 기록으로는 사상 최고치(9차 표준산업 분류가 적용된 2005년 이후)를 기록했다. 이전에 사회복지·보건업 취업자 증가폭이 가장 컸던 때는 2011년 5월(22만5000명)이었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사회복지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주 35시간 미만 단기 일자리만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근로 시간별 취업자수 증감을 따지면 주 1~17시간 초단기 근로자가 31만4000명 늘었다. 2018년 하반기 평균(17만1000명)이나 1월(13만5000명)보다 13만4000~16만9000명 더 늘어난 셈이다. 주 18~35시간 근로자도 1월(28만5000명)보다 15만2000명 많은 43만7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주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44만3000명 감소했다. 1월(33만8000명 감소)보다 10만5000명 정도 더 줄어든 셈이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