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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피하거나 공격하거나… 트럼프, 민주 공세에 ‘투트랙’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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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정부, 하원 전방위 의혹조사에 양면전략 / 10개 위원회 30건 자료 요청에도 / 문서 제출 거부하거나 지연 일관 / 관리들 위원회 출석·면담 거절도 / 연일 “전례없고 침해적 요구” 반발 / 언론, 결정적 증거 쥔 인물에 관심 / 30년 개인 비서 그래프 지목나서 / 前트럼프 참모 "입 열땐 트럼프 끝장" / 청문회 증인 소환돼도 증언 희박

세계일보

미국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전방위 조사 공세에 나서자 트럼프 행정부가 ‘회피하고 공격하기’ 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당이 하원 10여개 위원회에서 진행한 30건의 조사와 관련해 요청한 문서 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것으로 지적됐다. 외교 문제와 상업, 에너지, 천연자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회피 전략을 활용했다. 특히 국세청(IRS)은 문서를 넘기지 않고 해당 정보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한 사례도 있다. 민주당 요구 자료는 기밀정보 취급 허가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화 등 광범위하다. 조사 비협조도 잦은데 행정부 관리 6명이 하원 5개 위원회 출석을 거부했고, 관리 2명은 면담요청을 거절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당의 정치적 동기를 연일 공격하면서 조사에 반발하고 있다. 각종 자료를 요구한 위원회에 “전례가 없고 이례적으로 침해적인 요구”라고 역공하며 버티고 있다. 이를 통해 백악관이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의 소환 요구를 거부하는 과정에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언론은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쥔 인물이 등장할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궂은일을 도맡은 개인 여비서 로나 그래프(66)가 입을 열면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직 백악관 대외협력국장인 오마로사 매니골트 뉴먼은 이날 MSNBC방송에 출연해 30년간 비서로 일한 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측근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면서 “그의 증언을 가장 두려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먼은 “그래프는 모든 사람을 알고, 그들의 역할을 안다. 누가 언제 무엇을 말했는지를 안다”며 “그녀가 모든 회의를 준비했다. 만약 그녀가 증언을 위해 불려간다면 트럼프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트럼프 그룹 수석 부회장인 그래프는 1987년 트럼프 그룹에 입사한 후 줄곧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다. 트럼프를 만나려면 그래프를 거쳐야 했는데, 고등학생 자녀 문제로 백악관에 합류하진 않았다. 트럼프의 오랜 측근인 로저 스톤도 2017년 “나는 그래프를 거친다. 그녀는 보스의 견해를 반영한 뛰어난 판단력을 갖고 있고, 많은 사람의 요청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캔들로 기소돼 선고를 앞둔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캠프 선대본부장도 그래프를 거쳐 대통령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그래프가 하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거나, 청문회 증인으로 소환되더라도 증언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하원은 각종 의혹 관련자들에게 오는 15일까지 서면 답변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불응 시 청문회 증언대에 세울 계획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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