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 한인 입양인들은 기억이 희미한 어린 나이에 낯선 나라에 보내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일부지만 어느 정도 성장해 친가족을 만나 잃어버린 뿌리를 찾아보려는 입양인이 있는데요.
지난 1985년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신원미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프랑스로 보내진 한 동포가 친가족을 찾겠다며 사연을 보내왔습니다.
전 세계 한인들의 다양한 삶을 소개하는 [글로벌코리안], 이번 시간엔 한 프랑스 입양 동포의 사연을 들어봅니다.
[멜렌 호일리 / 프랑스 입양동포]
안녕하세요, 저는 멜렌이에요. 한국 프랑스 사람이에요. 프랑스 아를에 살고 있어요.
저는 1985년 프랑스 파리에 3개월 때 도착했어요.
전형적인 프랑스 가풍의 집안에 입양됐어요.
다행히도 한국 사람인 언니와 오빠가 있었죠.
부모님은 저희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셨어요.
좋은 어린 시절을 보냈죠.
하지만 작은 마을이었기 때문에 우리 같은 얼굴을 보는 게 흔치 않은 일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많이 튀었어요.
특별했다고 할게요.
힘들었던 건 우리 가족 눈에 우리는 외국인이 아니라 프랑스 사람인데,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 눈엔 외국인처럼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사춘기 때 가장 고통받았던 것 같아요. 내 자리를 못 찾고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고….
2004년 11월에 한국에 갔어요.
(한국에 가 보니) 이렇게나 많은 동양인 앞에 있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아주 황홀한 기억이에요.
지금도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한국인들의 친절함을 기억하고 있어요.
내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은 들었는데, 사람들과 대화가 안 됐죠.
한국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없으니 아쉬웠어요. 아마 그래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것 같아요.
한동안 '한국에 가 봤으니 됐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낯선 벽 앞에 다시 서는 게 고통스러웠던 거겠죠.
그 후에 아이들이 생기면서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됐어요.
제 아이들이 본인들을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저는 웃음이 나요.
본인들도 어떠한 면에서 한국 사람임을 느끼는 거죠.
프랑스 한국 사람인 거죠.
아이들이 한국 문화를 더 알아가게 하는 기회라고 할 수 있죠.
저희 안에 있는데 잘 모르는 문화요.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저의 이야기를 몰라요.
입양 서류에 저는 신원미상으로 되어 있어요.
친부모가 당신의 신상을 남기기를 원하지 않았던 거예요.
신원미상이라는 말은 폭력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한국에 갔을 때 어머니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고 뭔가를 하고 싶어요.
제 뿌리와 흔적은 한국에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거죠.
(한국에 저를 아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요.
단지 어머니를 만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영상을 보고 저를 향해 한걸음 와주신다면 저는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제 삶의 많은 부분이 가벼워지겠죠.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YTN 변가영 (bgy061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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