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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볼턴이 외쳤던 생화학 폐기···트럼프 빅딜 문서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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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학무기 포함 완전한 비핵화는 볼턴이 고안

"트럼프, 김정은 영변-제재 해제 요구에 역제안,

김정은, 한 번에 전부 포기하긴 신뢰 부족" 거부

중앙일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 CNN방송에 출연해 "하노이 회담은 의심의 여지없이 성공"이라며 "대통령이 미 국익을 수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CNN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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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데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준비한 비핵화 빅딜 문서가 있었다. 볼턴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미사일,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한 비핵화 빅딜을 제안하는 한글·영문 문서 2개를 건넸다"고 공개했다.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비핵화는 볼턴 자신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전후해 주장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이번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는 미 정부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볼턴은 이날 CNN·CBS·폭스뉴스와의 연쇄 인터뷰에서 "하노이 회담은 실패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제안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폭스뉴스에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비핵화 빅딜을 받아들이고, 핵·생화학 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단을 하라고 계속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바와 그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 경험에서 밝힌 북한의 좋은 부동산 입지를 통한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제시한 한글과 영문 2개의 문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볼턴은 이어 "김 위원장은 이 제안을 외면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의 나쁜 합의(배드딜)를 사지 않자 매우 실망했다"고 했다.

CBS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익을 수호했다는 점에서 하노이 회담은 성공"이라고 한 뒤 빅딜 논의 과정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대통령이 건넨 정의에 따라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하는 빅딜을 수용하고,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가질지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그 이하의 일을 할지를 놓고 광범위한 토론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단지 폐기와 전면 제재 해제에 대해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을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를 역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오래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정 부분을 포함한 영변 단지와 관련 매우 제한적 양보의 대가로 상당한 제재 완화를 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과거 정부의 실수를 반복하거나 행동 대 행동식으로 (단계적으로) 보상하지 않겠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는 볼턴이 개발한 방안이다. 그는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직후 7월 1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전략적 결단만 한다면 핵·미사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규모 대량살상무기를 1년 내에 해체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그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빅딜 문서까지 준비했다는 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사이의 사전 실무협상 결과도 통째로 무시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빅딜 제안은 사전 논의가 없었던 만큼 타결 가능성이 희박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메트로폴 호텔 만찬 때부터 김 위원장이 영변 폐기를 대가로 유엔 주요 5개 제재 해제를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비핵화 정의를 담은 문건과 함께 포괄적 빅딜을 제안했다"며 "이에 김 위원장은 모든 것을 한 번에 포기하기엔 양국 간 신뢰가 부족하다고 거부했다"고 전했다.

볼턴은 이날 "과거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한 뒤 경제적 보상을 챙기곤 합의를 파기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핵화 협상의 만료 시한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레벨에서부터 적절한 시점에 김 위원장과 다시 직접 대화를 하는 것까지 준비가 있다"고 말했다. 볼턴은 "3차 정상회담을 대통령에게 추천할 거냐"는 질문엔 "핵심 정책 결정자는 김정은이며 그는 대통령에게 직접 빅딜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열린 문을 통과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의 결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볼턴은 이날 하노이 회담 무산 직후 한·미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 훈련을 취소한 데 대해선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때 결정과 진짜 차이를 모르겠다"며 "싱가포르 결정의 연장선"이라고 하기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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