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후원행사에 참석, 2시간 넘게 취임후 최장 격정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수비란 없었다. 공격, 또 공격이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자신을 옥죄고 있는 다양한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친 언사로 맹공을 퍼부으며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국내 정치 상황은 취임 이후 최악이라고 할 만하다. 정상회담 기간 그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의회에 나가 트럼프를 "사기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공격하며 온갖 비리 의혹에 대해 증언했다. 그의 증언은 TV로 생중계되며 상당수 미 국민이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보고서도 이달 중 의회에 제출돼 공개될 예정이다.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밀어붙인 국가비상사태는 하원에서 취소 결의가 이미 통과됐고 상원 표결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일(현지 시각) 공화당 최대 후원단체인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연설문도 없이 격정적으로 연설했다. 취임 이후 가장 긴 연설이었다. '원맨쇼'를 방불케 한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는 국내외를 망라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뮬러 특검과 민주당 등 정적(政敵)들에 맹공을 퍼부었다. 한편으론 민주당을 '사회주의 집단'으로 몰아가면서 2020년 대선을 '사회주의와의 전쟁'으로 이끌어가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특검과 야당,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트럼프가 강력한 '맞불'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날 행사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재선을 위한 출정식 같았다. 트럼프는 행사장 무대에 오르며 왼쪽 구석에 있던 성조기를 끌어안으며 "우리는 함께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자 관중들은 "트럼프" "4년 더" "미국"을 떠나갈 듯 연호했다.
트럼프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뮬러 특검과 민주당 공격에 할애했다. 이달 초·중순 공개되는 뮬러 특검의 최종 보고서는 트럼프에겐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보고서의 수위에 트럼프의 정치 생명이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뮬러 특검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하며 "특검 수사팀 중 일부는 민주당과 연관이 돼 있다"며 "(러시아와의) 공모는 없었다. 망상이자, 마녀사냥"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넌더리가 나는 사람들" "게임을 더럽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증오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민주당을 '사회주의'로, 자신과 공화당을 '자유주의·시장경제'로 프레이밍해 전선(戰線)을 뚜렷하게 하겠다는 심산이다. 민주당의 전 국민 건강보험 정책 '메디케어 포 올'과 환경정책 '그린 뉴 딜'을 대표적인 사회주의 정책으로 꼽았다. 트럼프는 "우리는 '사회주의자의 악몽'이 아닌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다"며 "우리는 지금 이기고 있고, 2020년 대선에서 2016년보다 더 크게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이 실패로 끝나고 하원 청문회에서 전직 개인 변호사(마이클 코언)의 폭발력 있는 증언이 나오는 등 비참한 한 주를 보낸 트럼프가 연설에서 초토화 전략(scorched-earth)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 [포토]트럼프, 수비없이 공격만…2시간 동안 '원맨쇼' 연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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