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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美공화·민주당 "트럼프 노딜 잘했다…北정권 믿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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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北 핵담판 결렬 이후 ◆

매일경제

워싱턴 복귀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해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경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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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것에 대해 미국 여야 정치권이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칭찬하는 메시지를 내놔 주목된다. 공화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 왔던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까지 "대통령이 잘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코언 전 변호사의 '트럼프는 사기꾼'이라는 의회 폭로로 궁지에 몰린 만큼 이전보다 의회와 미국 정치권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2월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안한 작은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핵화"라며 북한에 대해 "그들은 첫 만남에서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고 두 번째 만남에서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비핵화 없이 제재 해제를 원했다"며 "대통령이 그것에서 걸어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전한 비핵화에 못 미치는 협상은 단지 북한을 더 강하게 만들고 세계를 덜 안전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정책 과시'에 연연하지 않고, 비핵화 의지가 약한 김 위원장과 성급한 합의를 하지 않은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진단이다.

향후 전략과 관련해서도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이번 노딜을 계기로 대북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독재자인 김 위원장과 '톱다운(top-down)' 방식 외교는 리스크가 크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해 많은 우려를 제기해 왔다. 독재자인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번 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진전을 촉구하며 단순히 '사진 찍기'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진전'을 성과로 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여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충분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걸어 나온(walking away)' 것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노딜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딜이 보여주듯 미·북정상회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치게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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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이 1일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공식환영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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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나중에 알았다"는 김 위원장 해명을 그대로 수용한 것을 놓고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같은 '폭력배들(thugs)'을 믿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비핵화를 위한 대통령의 노력은 지지한다"면서도 자신은 김 위원장이 어떤 지도자인지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웜비어 고향인 오하이오주 공화당 소속 랍 포트먼 상원의원은 "우리는 웜비어를 기억해야 한다. 북한이 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믿겠다"며 "워낙 큰 국가이고 많은 사람이 감옥과 수용소에 있다 보니 일일이 모른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인물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정책에서 추진해 온 '톱다운' 방식 외교에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정책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저널은 이번 회담 결렬에 대해 "만약 전통적인 '보텀업(bottom-up)' 방식을 취했다면 양측 외교관들이 이견을 좁히는 작업을 했을 것이고, 합의 타결 직전에 도달했을 때 정상회담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려운 문제들을 두 정상이 직접 만나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그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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