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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 또 테이블 걷어차나…美·中 협상 다시 `긴장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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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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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낙관적이었던 미·중 무역협상에 긴장감이 또다시 감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다가 북한의 비핵화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자 예정됐던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미련 없이 취소한 것처럼 중국과 무역협상도 그런 전례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월 말 직접 만나 무역 담판을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회담 결렬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특별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아주 잘하고 있다. 나는 협상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중국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족스러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중단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시사하며 사실상 시 주석을 압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동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나는 이것(하노이 회담 결렬)이 중국에 (협상 전략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순간이라고 본다"며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자신들의 접근을 재평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북정상회담과 미·중 무역협상은 사안이 다르지만 그동안 진행 과정을 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달 24일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3월 2일 오전 12시 1분으로 예정됐던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를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같은 날 전미주지사협회 연회에서도 "모든 일이 잘되면 앞으로 1∼2주에 걸쳐 매우 큰 뉴스(very big news)가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진짜로 아주 (합의에)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쪽이 추가 진전을 이룬다는 가정하에 우리는 시 주석과 마러라고에서의 정상회담을 계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선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미국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러라고에서 만나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담판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톱다운' 방식의 외교에 대해선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드러났듯이 실무선에서 이견 조율 실패 등 준비가 부족했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미·중 무역협상 진행 상황을 종합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낙관론을 펼치고 있지만 실무선에선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기류가 강하다.

대중(對中) 강경파로 협상을 이끌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27일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합의 전까지 여전히 많은 것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보다 낙관적인 언급과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되려면 단순히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며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지식재산권 도용 등 구조적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게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핵심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중국이 '주권 침해'라는 이유로 완강히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국에 던진 메시지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적당한 선'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타결 짓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사실상 중국에 대폭 양보를 촉구한 것으로 중국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중국은 농산물, 에너지 등 미국산 제품을 대거 수입하겠다며 미국을 달래면서도 구조적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미국에 일정 부분 양보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끝까지 강경하게 나온다면 중국은 굴복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실제 합의를 이행하지 않거나 더디게 진행하는 등 방식으로 장기전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라이트하이저 대표 발언이 논란이 되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미·중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한목소리를 내며 진화에 나섰다.

므누신 장관은 CNBC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최종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여전히 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도 같은 방송에 출연해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적 기술이전 요구, 지분 제한 등을 비롯한 모든 구조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며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이 정도까지 진전된 적이 없었다.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세계가 중국 기술 사용의 위험성에 눈을 크게 떠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전했다. 필리핀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우리의 임무는 기술과 관련한 위험, 필리핀 국민에 대한 위험, 필리핀 보안에 대한 위험, 미국이 특정 환경에서 영업하지 못할 위험 등을 세계와 공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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