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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분위기 띄워 성과 내려던 트럼프…톱다운 방식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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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北 2차 핵담판 결렬 / 전문가 분석 및 전망 ◆

매일경제

회담 결렬에 쏠린 시선
28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며 2차 미·북정상회담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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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미·북정상회담이 합의문 서명 없이 종료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핵무기 검증 사찰 요구와 경제 제재 전면 완화 요구가 정면 충돌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김영수 서강대 북한학과 교수는 28일 매일경제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미국은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이고, 북한은 비핵화를 할 테니 경제 제재를 풀어달라는 것인데, 상대방이 바라는 것을 안 받아주면서 미국과 북한 간 교집합이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실무진에서 논의가 잘 안 됐던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분위기를 띄우면 북한이 어느 정도 받아줄 것이라고 봤지만 원하는 대로 안 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너무 낙관적으로만 2차 미·북정상회담을 바라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이달 말로 미·북정상회담 날짜를 무리하게 잡은 것은 국면 전환을 통해 벗어나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국민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가 필요한데 비핵화 협상 틀을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현재까지 나온 내용으로는 포장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 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더해 가시적 성과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성과 없는 합의문에 서명하면 거센 비판이 나올 것이라는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그 점을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성과를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이 서로에게 내밀었던 '손익계산서'에 간극이 그만큼 컸다는 분석이다.

톱다운 협상 방식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양 지도자가 서로 만나 결단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라고 봤다"며 "미국 내 정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스스로 낮춰 들어간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자 아예 판을 깬 것 아닌가 싶다"며 "이번에 판을 엎었지만 다음번에 만나 좋은 거래를 할 생각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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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합의문 도출까지 가지 못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와 관련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상당히 진전된 조치를 요구했고 김 위원장 또한 미국에 상당한 수준의 제재 완화 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이번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신고까지 요구했다면 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향후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해서는 북·미, 특히 남·북·미 간 실무협의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핵심 쟁점인 검증과 로드맵을 북한이 거부하니 미국도 제재를 완화해줄 수 없는 것일 텐데, 가령 구체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협상이 후퇴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거론된 '새로운 핵시설'과 관련해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통상 '강선'으로 알려진 비공개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해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변 이외 지역 시설을 언급한 것 같다"면서 "핵시설 규모로는 영변이 최대일 텐데 우라늄 농축시설은 소규모로 만들어서 은닉할 수 있는 만큼 의심되는 지역이 더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했다고 알려진 전면적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먹는다고 해도 제재를 완전히 해제하기가 어렵고 의회가 움직여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 혼자 힘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북한에 (추후에) 풀어줄 테니 우선 많이 움직여 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음'을 발행한 셈인데 김 위원장이 그걸 믿고 움직이기에는 리스크가 컸을 것이다. 결국 더 이상 얘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협상장에서 일어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실무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됐을 법한 의제였고 그간 관련 협의를 꾸준히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이같이 회담이 결렬된 것은 의아한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 결렬을 놓고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추후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양국 간 균열을 메울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결렬될 회담이었다면 만나지도 않았을 텐데 얘기하는 과정에서 비핵화 조치와 미국 상응 조치가 서로 안 맞았던 것 같다"며 "첨예하게 대립해서 판이 깨진 것이 아니라면 추후 고위급 회담 등에서 다시 만나 타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후속 회담이 조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양국 정상이 30년 가까이 끌어온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일정 수준의 타협으로 현상 유지에 머무를지가 이어질 협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1차 회담 때는 회담의 역사적 의미와 원칙, 방향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북한에 대한 미국 관료들의 불신이 여전히 있었다"며 "동시 행동이 아니라 '선비핵화·후대북제재 완화'를 앞세워 북한에 접근했기 때문에 후속 회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 부총장은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고위급 실무회담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범 기자 / 이윤식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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