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 실패"…빈손회담에 역풍 거셀듯

◆ 美北 2차 핵담판 결렬 ◆

28일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예상 밖 결렬로 끝나자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 소식을 일제히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특히 향후 미·북 관계가 순탄치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 결렬은 사실상 '외교적 실패(diplomatic failure)'"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전 세계적 위협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됐던 판돈 큰 회담이 북한 제재를 둘러싼 대치 때문에 '전혀 뜻밖으로' 끝나버렸다"고 꼬집었다.

이날 예정됐던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NBC는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양국 관계에 사이렌을 울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CNN은 "당초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찬과 합의문 공동서명식이 취소됐다"며 "한국 주식시장은 이번 회담이 난항을 겪으면서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 결렬을 '외교적 실패'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밀리에 다른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이 영변(핵시설)만 다룬 합의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 겸 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의 코멘트를 인용하며 "(원하는 바를 얻는 게) 가망이 없다고 판단됐다면 정상회담을 포기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옳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나쁜 합의보다는 합의를 안 하는 게 낫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항상 걸을 준비가 되어 있다. 협상에서 걷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점을 헤드라인으로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과 전 세계에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제재를 해제할 용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같은 발언에 대해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신고 지역'을 포함해 (영변 핵시설이 아닌) 다른 핵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거래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에 대해서 당초 미국 언론들은 미국이 과도하게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조야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동결' 쪽으로 기대치를 낮춰 '빈손 회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회담이 결렬되면서 그의 속도조절론이 '시간을 가지고 미국 측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이게 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노이 소피아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에 들어가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회담이 성공할 것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보이면서도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아울러 미국 언론들은 이번 회담에 나선 김 위원장의 달라진 모습에 주목했다.

WP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했다"며 "그것은 바로 외신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수많은 외신기자들은 김 위원장을 향해 여러 질문을 던졌는데 김 위원장은 몇 가지 질문에 응답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나도 김 위원장 얘기가 듣고 싶다"고 하자 김 위원장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러한 외신기자들이 쏟아내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답변한 것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이날 역사적인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때마침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 증언 보도에 '톱뉴스' 자리를 내줬다. CNN방송, 폭스뉴스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쥔 코언의 청문회를 장시간 중계하면서 상대적으로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보도가 이에 가려졌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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