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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북미정상회담]백악관 기자단의 수난시대...기자실 옮기고, 취재는 막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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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 첫날인 27일(현지시간) 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앞에 취재진 등 인파가 몰려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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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을 취재하는 미국 기자단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숙소와 겹치면서 기자단 프레스센터를 쫓겨나듯 옮긴 데 이어 이번에는 일부 기자들이 예고없는 국내 정치 관련 질문을 했다며 풀 취재단에서 배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백악관은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환담과 단독회담을 첫 만남을 취재하던 미국 취재진이 국내 정치와 민감한 질문을 하자 이후 만찬 취재에서 배제했다. 백악관 공동 취재진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의 단독회담 이후 이어진 친교 만찬에 일부 백악관 기자들의 취재를 막았다. 단독회담 당시 공동 취재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높여 물어본 질문들의 민감성 때문이라고 샌더스 대변인은 설명했다.

기자들의 취재가 거부되자, 사진 기자들도 친교 만찬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사안의 중요성과 장소의 협소함 등을 고려해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글과 사진, 영상을 담당하는 일부 기자들로 공동 취재진을 구성해 현장 상황을 취재하고 있다. 공동 취재진이 사진을 보내오지 않으면 백악관을 출입하는 언론사들도 사진 보도를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그러자 백악관은 결국 정상들의 발언을 취재해서 전할 펜기자 1명에게만 취재를 허용했다. AP통신, 로이터통신, 블룸버그뉴스, LA타임스 기자 등 4명이 대상이었다. 취재가 제한된 기자들 중에는 단독회담 당시 공동 취재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옛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의회 증언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고 물었던 기자들이 포함됐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방문으로 미국을 비운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행위 의혹과 관련해 의회 공개 증언에 나섰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후 “(정상 간) 만남의 민감한 성격 때문에 만찬 공동 취재를 소규모로 제한했으나 사진과 TV, 라디오, 글 담당이 모두 현장에 있었다”면서 “(공동 취재진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미국 언론이 가능한 한 많은 취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간사인 올리비에 녹스는 성명을 내고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 대통령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의 활발한 질의에 대면해 강인함을 보여줄 기회인 것이지 제멋대로 막판에 취재 제한으로 물러서며 약함을 드러내는 기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은 정상회담 기간 백악관이 사전에 합의된 공동취재진 규모를 줄이려 하지 말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숙박하는 일정이 확실해지자 미국 측이 멜리아 호텔에 설치하기로 했던 백악관 기자단 프레스센터를 막판에 옮기는 일도 있었다. 베트남 외교부는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 기자단 프레스센터를 멜리아 호텔에서 국제미디어센터(IMC)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도착하기 1시간 전에 호텔에서 떠나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급작스러운 장소 변경에 일부 기자들은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윌 리플리 CNN 기자는 트위터에 “북한은 계속해서 요구를 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있다. 미국은 다낭을 원했고, 북한은 하노이를 원했다. 다음엔 무엇을 요구할까”라고 비판했다.

하노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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