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의 하루
김정은, 호텔 머물며 협상 실무자들 보고 받아…싱가포르 때와 대조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뒤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오른쪽 두번째) 등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 내용을 보고받는 모습을 27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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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전 대부분 시간 동안 숙소에 머물렀다.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만남은 물론, 현장 방문 일정도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27일 오후 6시10분쯤(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친교만찬을 위해 숙소인 멜리아호텔을 나섰다. 이날 첫 외출이다. 전날 하노이에 도착한 이후 1.6㎞ 떨어진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을 한 시간 정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총 18시간 동안 숙소에만 머문 셈이다. 지난해 6월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날 리셴룽(李顯龍) 총리를 예방하고, 밤에는 가든바이더베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전망대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며 동행한 정치인들과 셀카를 찍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은 호텔에서 머문 대부분의 시간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 준비에 쓴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멜리아호텔에서 “북·미 간 실무대표단 사이의 접촉정형을 구체적으로 청취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작은 원형 탁자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과 가까이 붙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진도 공개됐다.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에선 만남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졌지만, 이번엔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역사적 담판’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이를 위한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김 위원장의 행선지로 유력했던 할롱베이와 북부 최대 항구도시 하이퐁은 수행단이 먼저 방문했다. 노동당 오수용(경제담당)·리수용(외교담당)·김평해(인사담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10명가량은 이날 오전 8시쯤 멜리아호텔을 나와 할롱베이와 하이퐁을 둘러봤다. 할롱베이 파라다이스 선착장에서 꽝닌성 당서기 및 인민위원장이 주최한 환영 오찬에 참석했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으로 유명한 관광지 할롱베이는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1964년 베트남 방문 당시 선상투어를 했던 곳이다. 김 위원장이 관광산업 발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 시찰단은 오후에는 하노이에서 110㎞쯤 떨어진 하이퐁을 찾았다. 제조업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는 하이퐁은 베트남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장소로 꼽힌다. 이들은 하이퐁시가 마련한 브리핑을 들은 뒤 베트남의 첫 완성차 업체인 ‘빈패스트’ 공장과 휴대전화 업체인 ‘빈스마트’, 농장인 ‘빈에코’ 등을 둘러봤다. 시찰단은 꽉찬 하루 일정을 마치고 밤에야 하노이로 돌아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모두 마친 후에야 베트남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3월1~2일 베트남을 공식 친선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하노이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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