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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미투 1년…‘여혐’ 잡겠다던 고발 페이지, 대부분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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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돼버린 문제발언…잇단 고발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헤럴드경제

[사진=‘고려대 남자들의 사상과 가치관’ 페이지]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당사자가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달라지는 게 없더라고요.”

대학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만연한 여성 혐오 발언을 고발키 위해 여성 재학생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SNS 자정운동이 동력을 잃었다. 지난해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시작된 미투 움직임은 대학별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견되는 혐오 발언들을 지적하는 대학내 목소리로도 이어졌다.

이같은 바람을 타고 재학생들만 열람 가능한 커뮤니티 내 발언들을 모두가 볼 수 있는 페이스북에 올려 공론화하기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가 속속 개설됐다. 하지만 미투 1년 만에 현재는 대다수가 개점 휴업상태다.

지난해 대학별로 개설된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는 25개가 넘었다. 접속 운영되던 학내 대부분 ‘○○대 남자들의 사상과 가치관’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소재 주요대학 및 지방 명문대 이름을 달고 만든 페이지들이다. 서울대 스누라이프, 연세대 세연넷, 고려대 고파스 등 재학생 인증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 문제 발언이 업로드 대상이지만 현재는 수개월째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해당 페이지 운영자들은 개점휴업 상태에 이르게 된 배경엔 사실상 더이상 손쓸 수 없는 대학별 온라인 커뮤니티 상황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페이지 운영자 A 씨는 “해당 페이지는 더 이상의 운영이 어려워 사실상 방치상태”라고 밝혔다. 온라인상 성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대학 커뮤니티 속 문제발언의 빈도와 수위도 높아진 탓에 대학생 몇몇이 모니터링에 나서봐야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재학생들의 자발적 제보를 바탕으로 운영하던 페이지였지만 달라지는 게 없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라며 “정작 문제 발언을 쓰는 당사자는 자신의 발언을 되돌아보거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명맥을 이어가는 페이지는 성 관련 논란의 당사자를 선배로 둔 학교들 정도다. ‘고려대 남자들의 사상과 가치관’ 페이지에는 미국 출장 중 스트립바에 방문해 논란이 된 최교일 자유한국당의원의 발언이 18일자로 올라와 있다. 최 의원은 해당대학 법학 학사 출신이다.

또다른 페이지 운영자 B 씨는 “대학 재학생 커뮤니티 속 여성혐오를 고발했던 이유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기 위해서였다”며 “해당 페이지 댓글창만 봐도 온라인상 대결구도 양상을 뛰어넘지 못하더라”고 전했다. 문제 발언을 고발한 게시물엔 또다른 비하 댓글이 달리기 일쑤였다. 여성혐오 발언에 남성비하 발언으로 되받아치는 양상은 반복됐지만 휘발성 분노 외에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생들이라면 학교 커뮤니티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문제적 발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방종과 일탈이 허용된 배설의 공간이 대학 커뮤니티에까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견고하다. 일베와 다르지 않은 게시물이 넘쳐나지만, 대학생은 일베와 달라야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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