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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을 즐겨 찾던 2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작년 여름 이후 더 이상 클럽을 찾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어느 금요일의 악몽 같은 경험 때문이다. 당시 A씨는 동갑내기 친구와 여느 때처럼 클럽 조명 아래에서 춤을 췄다. 자연스럽게 남성들과 술자리도 가졌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씨와 친구가 눈을 떴을 때 둘은 클럽 인근의 서로 다른 모텔에 각각 홀로 누워 있었다. 웬만큼 마셔서는 취하는 일이 없었지만 두 사람은 전날 밤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A씨는 "남자들이 권한 술에 뭔가 들어 있었던 것 같다"며 "무슨 짓을 당했는지 모르는 데다 언제든 나의 영상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섭다"고 토로했다.
버닝썬 등 유명 강남 클럽을 둘러싼 마약 유통, 성범죄, 경찰관 유착 의혹이 연일 불거지며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경찰이 대대적인 마약 단속에 나섰다. 마약 유통은 물론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까지 집중 수사하고 유흥업소와 경찰관 사이의 유착 관계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달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3개월간 전국 마약수사관을 비롯한 수사부서 역량을 총투입해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마약 관련 범죄가 3단계의 카르텔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 밀반입·유통(1차 범죄), 유통된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2차 범죄), 성범죄로 확보한 불법촬영물 유포(3차 범죄) 등이다. 경찰은 3개 카르텔을 집중 단속하기 위해 전국 마약 수사관 1063명을 포함해 형사·여성청소년·사이버 등 범수사부서 수사관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나아가 전국 지방청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합동 추진단을 운영한다. 추진단 첫 회의는 경찰청 수사국장 주재로 25일 실시된다.
주요 단속 대상은 해외 여행객을 가장한 조직적인 마약 밀반입과 클럽 내 마약 유통·투약이다. 특히 클럽 등 대형 유흥주점은 소방·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합동해 일제 점검한다. 마약류 보관이나 투약 사실이 확인되면 즉각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마약 판매와 이른바 '물뽕'을 이용한 성폭력도 집중 단속 대상이다.
약물 범죄와 관련된 112 신고 시스템도 개선한다. 그간 마약 관련 112 신고는 '코드1'로 분류됐으며 2차 피해에 대한 코드 구분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약물로 인한 2차 성범죄 피해가 발생하면 '코드0'으로 취급해 총력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또 경찰은 약물 이용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인 제도를 안내하고 해바라기센터와 연계해 조사 전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버닝썬 사건으로 논란이 된 유흥업소와 경찰관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앞으로 3개월간 전국적인 기획 감찰을 벌이기로 했다. 감찰·생활안전·형사 등 관련 부서와 협업해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유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엄중히 처벌한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24일 서울지방경찰청 측은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버닝썬 클럽 폭력 사건과 관련해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송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버닝썬 사건의 시발점이 된 '역삼지구대 폭력 사건'을 직접 조사해오던 강남경찰서는 수사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이자 모 화장품 회사 임원인 강 모씨에 대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신청한 구속영장을 23일 반려했다. 강씨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긴급체포됐던 강씨는 일단 석방됐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하지 않으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긴급체포가 불가피했다"며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 조만간 영장을 재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가 버닝썬 측 요청으로 경찰관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민원 해결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버닝썬에 미성년자 고객이 출입해 고액의 술을 마셨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는데 강씨가 사건을 무마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후 강씨가 임원으로 있는 화장품 회사는 지난해 7월 버닝썬에서 대규모 홍보행사를 열었다.
[이희수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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