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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불나도 지진나도 무방비'…불안한 노후아파트 재건축 요구 다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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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우나 화재', 소방시설 미비가 피해 키워

노후아파트 주민들도 불안..."주거환경 위해 재건축해야"

지난해 시장 과열 막기 위해 재건축 규제 강화돼

전문가 "'재테크' 아닌 정비사업 측면서 논의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지어진지 40년이 되어가는 한 아파트 단지에 차량들이 주차해 있다. 노후화된 아파트의 문제는 녹물, 결로 현상으로 인한 곰팡이, 주차 부족과 외벽에 금이가고 이따금 시멘트 덩어리가 떨어지는 등 삶의 질과 안정성 모두 문제가 생기고 있다. 2018.12.16. park769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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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대구 사우나 화재'가 건물 노후화로 인해 3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준공된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일 대구 중구 포정동에서 발생한 사우나 화재로 3명이 숨지고 88명이 연기흡입 등 부상을 입었다. 화재가 발생한지 20여분만에 불길이 잡혔지만 1977년 준공된 노후 건물이라 피해가 컸다. 소방당국은 "옛날 건물이다 보니 4층 이상으로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불이 난 건물은 매년 두차례씩 민간업체에 맡겨 소방시설 안전점검을 받았으나 최근 3년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상인들은 수년전부터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후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노후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주민 A씨는 "우리 아파트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입주민 안전을 위해 안전진단 추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때가 아니라는 소리만 듣고 있다"며 "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데 불이 나면 뛰어내리라는 얘기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해 치솟는 집값을 잡는다며 재건축 안전진단기준을 강화했다. 재건축사업 안전진단 평가 항목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높이고 '주거환경' 배점은 40%에서 15%로 낮췄다. 붕괴위험이 있을 정도로 낡은 아파트만 아니면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따라 많은 재건축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A씨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도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넘겼다. 현재 스프링클러 배관에 문제가 있는 세대가 79세대에 이르러 관리사무소에서 배관을 잠가 사용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송파소방서에서 5월까지 시정 조치하라는 명령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스프링클러 배관이 콘크리트 속에 매립돼 있어 보수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설하는데도 비용이 많이 들어 주민들은 재건축을 요구하고 있다. 협소한 주차공간으로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들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됐다.

이처럼 노후아파트를 재건축해 주거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요구는 곳곳에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주택총조사(2015년)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0년이 되면 전국 노후주택 375만호가 지어진지 30년을 초과하며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파트가 많이 올라간 1990년대에 건축된 551만9000호의 주택이 10년간 속속 30년을 맞는다.

노후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비강남차별저지국민연대는 "정부의 비정상적인 안전진단 강화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며 "준공년월이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을 통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에 노출된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재건축 규제 방향이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진단이 강화된 상태에서는 50~60년 돼도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재건축을 할 수가 없다"며 "30년이 넘은 아파트들은 대부분 스프링클러 장치가 없어 화재에 무방비라 기능적인 노후화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선 재건축 투기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면서도 "대출규제로 어느 정도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니 안정기에 좀 더 접어들면 재건축 사업을 선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재테크'가 아닌 주택정비사업 측면에서 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건 부동산경기 탓인데 강남지역에도 40년이 다 된 위험한 아파트들이 있다"며 "앞으로 주택정비사업 방향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과거처럼 용적률을 늘려서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재테크' 수단으로 진행하는 재건축은 규제해야한다"며 "앞으로 1대1 재건축을 유도하거나 주민들이 자기부담을 느낀다면 리모델링 방식으로 가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y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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