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시 노후 경유차 단속 첫날
시청 콜센터에만 문의 전화 1000통
전화 먹통 되자 차주들 청사로 발길
“일당 10만원인데, 과태료 10만원
운전대 잡고 일하러 갈 수가 없었다”
22일 오후 서울 서소문에 있은 서울시청사 별관에서 만난 권씨는 “하루 일당이 25만원인데 며칠째 일을 못해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날 공해 저감장치 지원을 신청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2006년식 테라칸을 몰고 주로 지방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장모(58·서울 성북구)씨는 22일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사를 찾았다. 그가 보유한 테라칸은 2902㏄ 5등급 경유차다. 이날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돼 서울시에선 운행할 수 없다. 장씨는 당초 이날 차량에 건설장비를 싣고 경기도 평택으로 일하러 가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루 일당은 10만원인데, 5등급 차량 운행제한 때 걸리면 과태료로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중앙일보 기자와 만난 장씨는 대뜸 “공해 저감장치 보조금을 어떻게 받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에 전화 수십 통을 했지만 연결되지 않아서 온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이어 “저감장치 지원이 3월 말에나 된다고 한다. 그때까진 오늘처럼 단속하는 날엔 차를 끌고 다니지 못해 정말 막막하다”면서 “또 저감장치 보조금을 받아도 45만원은 내야 하는데, 할부도 아닌 일시불로 내라고 해서 부담된다”고 말했다.
배우자와 함께 서울시청사를 찾은 김모(71)씨는 “전화는 안 되지, 급한 마음에 구청에 갔더니 ‘서울시청에 물어봐야 할 일’이라고 해서 왔다”면서 “문의 전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 놓지 않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처 방식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제도 시행을 밀어붙이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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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감 조치 방법 등을 문의하기 위해 서울시청사를 찾은 시민들. 임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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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2004년식 엑스트렉을 몰고 있다. 일주일 전쯤 서울시로부터 이 차가 배출가스 5등급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상담을 마친 윤씨는 차를 폐차할 생각이라고 했다. 차를 계속 운행하려면 저감장치를 달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대략 400만원 정도 들기 때문이다. 그는 “중량이 2.5t 이상이면 (지원을 받아) 40만원 정도만 내면 되지만 제 차는 1991㏄라 지원금이 없다”고 했다. 이어 “차라리 폐차를 하면 지원금 165만원 정도 나오는데 그것으로 중고차를 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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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대에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단속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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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이우림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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