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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통진당 내란선동' 이석기 첫 옥중 인터뷰 "강연 90분에 징역 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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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법무부가 3·1절 특별사면 및 복권·감형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정·재제 인사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간 사면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사진)이 처음 옥중 인터뷰에 나섰다.

이 전 의원은 인터뷰에서 "내란 음모 조작 사건은 박근혜 정권과 양승태 사법부, 이에 부역한 언론이 있어 가능했던 사건임에도 90분 강연으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고 억울한 심경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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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013년 9월5일 오후 경기 수원구치소에 구속 수감되기 앞서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오면서 결백 주장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도로에서 이 전 의원의 3ㆍ1절 특별사면을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향신문은 22일 이 전 의원과의 첫 옥중 인터뷰를 공개했다.

경향신문은 이 전 의원과 접견시간 10분간 대면했고, 편지를 통한 서면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는 앞서 그가 내란 선동 혐의로 2015년 1월 징역 9년을 확정받고 수감 생활을 시작한 뒤 가진 첫 언론 인터뷰다.

앞서 이 전 의원은 지하혁명조직(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을 조직해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통신과 유류, 철도, 가스 등 국가 기간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을 논의한 혐의(내란음모·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을 받아 2013년 9월 구속됐다.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은 "이달 안에 내란 음모 조작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하지도 않은 수많은 말들이 나의 발언으로 둔갑했고 ‘RO’라는 지하혁명조직도 언론에 보도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판결을) 정치적으로 바로잡는 것이 사면복권이라면 법리적으로 바로잡는 과정이 재심이라 반드시 필요하다"며 "재심은 과거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바로잡는 것이고, 통진당 10만 당원의 명예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진당 재건은 생각해본 적 없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게 평소 나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의 3·1절 100주년 특별사면에 대해서는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는 취지는 적극 공감하지만 박근혜 정권과 맞서 싸우다가 부당하게 갇힌 이들을 풀어주는 것은 사면권 존재 이유와 연결되는 문제"라며" 바로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부여해준 권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번 3·1절 특사에 정치인 배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직업을 이유로 배제한 사례가 과거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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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도로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3·1절 특별사면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가한 이들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내란 음모 혐의'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2013년 5월12일의 RO 회합에 대해선 "한반도 정세 변화와 관련해 경기도당 관계자들에게 초청 받은 자리였다"며 "당시(2013년 3월) 북·미간 전쟁 가능성이 거론됐고 한반도 정세가 최고조로 긴장되던 때였으며 4월 정세는 소강 국면이 접어들었고 그달 말 국회 본회의장에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있었으며 그 취지에 입각해 강연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90분간 강연에서 "주요 국가 기간시설 파괴","총기 준비 지시","KT 혜화전화국 습격" 등 내란 혐의에 대한 발언과 논의가 있었다는 검찰 측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또한 "대법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내란 음모 관련 주요 증거물로 채택됐던 강연 녹취록이 원래 강연에서 한 발언과 상당수 다르게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정원은 2013년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모임에서 이 전 의원과 RO가 "주체사상 찬양, 미제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자, 북한 체제 찬양과 남한 체제 전복" 등을 내용으로 한 대화를 감청한 것을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다.

예를 들면 "전면전은 안 된다"가 "전면전이야, 전면전!"으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가 "전쟁을 준비하자"로 각각 달라졌다.

검찰 법원에 제출한 녹취록은 1심에서 450여곳, 2심에서 400여곳이 각각 수정됐으나 언론은 왜곡된 녹취록을 그대로 받아썼다는 게 경향신문의 지적이다.

징역 9년을 선고 받은 것에 대해선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인데 견해가 다르다고 입을 막고 신체를 가두는 하는 야만적 일이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참담했다"며 "'90분 강연에 9년 선고받아서, 10분에 1년씩 받았다'는 웃픈 얘기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사람이 주장하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고 하지 않느냐"며 "내란음모 조작 사건은 박근혜 정권, 양승태 사법부, 부역한 언론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후회되는 게 무엇이냐는 마지막 질문에 이 전 의원은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지옥의 격언 초' 한 대목인 ‘어리석은 자가 그의 어리석음을 고집하면 지혜로워진다’를 인용해 답했다.

이 전 의원은 "이 시는 ‘미치광이가 세상을 바꾼다’는 애플 광고의 원조격이자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는 고(故)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과도 겹친다"라며 "진보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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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의원은 2심에서 내란 음모와 RO 관련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 선동 등의 혐의는 대부분 유죄로 인정 받아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 1월 대법원은 이 전 의원에게 항소심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을 결정해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 6명의 자격은 상실됐다.

이 전 의원은 현재 경기 수원구치소의 1평짜리 독방에 수감 중이며, 특별사면이 없다면 2022년 출소하게 된다.

이 전 의원을 둘러싼 사태는 지난해 중순부터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반전을 맞았다. 바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박근혜 청와대’에 협조한 사례 중 내란음모 사건이 첫번째 줄에 적시된 것이 드러난 것.

통진당 사건의 재판부 배당 조작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당시 양 대법원장 등이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이 행정처 요구대로 특정 재판부에 배당된 만큼 전산 조작이 있었다고 봤다. 실제 법원행정처가 2015년 1월 작성한 '최민호 전 판사 관련 대응 문건'을 보면 행정처는 2015년 초 사채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 판사가 구속기소되자 이 전 의원의 선고를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 드러났다.

같은해 7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면담 당시 작성된 자료 중 '자유민주주의 수호' 항목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에 단호히 대처 → 혼돈·경시되어온 국가관의 바른 정립 노력"의 첫 번째 사례로 ‘이석기 전 의원 사건’을 들었으며 '내란 선동죄로 중형을 선고'라는 부분은 굵은 글씨와 밑줄로 강조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해 중순쯤부터 옛 통진당 인사들과 이 전 의원 지지자들은 '통진당 명예회복과 이 전 의원 석방을 위한 공동행동' 등 단체를 꾸리고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통해 이 전 의원에 대한 사면과 석방을 요구해왔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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