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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시론] 예측보다는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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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연초 이후 주식시장 반등 추이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당황스러울 정도다. 돌이켜보면 불과 3개월 전 세계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불확실성과 혼란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악화하면서 전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주식시장은 선진국, 신흥국을 불문하고 혼란을 겪었다. 무엇이 바뀐 것일까?


문제 요인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분쟁까지 가지 않고 오히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강경했던 미국 Fed의 정책 기조가 시장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대외 여건 변화가 연초 이후 주식시장의 상승을 해석하는 일반적인 포인트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시장의 짧은 흐름이나 정책적인 반전을 예측한 사람이 많지 않다. 앞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웠던 무역 갈등이나 미국 Fed의 정책 기조가 바뀌면 시장은 다시 한 번 하락할지도 모른다. 대외 변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조금만 더 과거를 되돌려보면 명확하다. 1년 전 시장 전망이 얼마나 틀렸는지 깨닫는 데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실 예측은 미래를 맞추고자 하는 방법이지만 실제로 예측 정확도가 중요하다기보다 예측을 통해 미래에 닥칠 가능성에 대비하는 프로세스다. 처음 투자업계에 들어섰을 때 전 세계에서 벌어진 뉴스를 정리하고 수많은 분석 리포트를 해석하면 최고의 예측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최적의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십 개 모니터에서 제공하는 각종 그래프를 보면서 지표와 신호를 종합하면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투자 결과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예측한다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투자 성공의 결정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예측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거나 전개되지 않았을 때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큰 비용을 치른 이후였다.


올해 주식시장은 경쾌한 반등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투자자는 지난해 떠안은 손실로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마음은 안정보다는 오히려 혼란에 가깝다. 올해 시장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투자자가 많은 이유다. 질문도 많이 받지만 답변하기 어렵다. 시장에 영향을 주는 정치ㆍ사회적인 문제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측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아버렸기 때문에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시원한 답변을 줄 수가 없다. 지난해 뼈아픈 손실을 맛보았으며 연초 이후 급반등에 의아해하는 심리가 다른 투자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도 정치와 경제가 뒤얽혀 다양한 변수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는 멋진 예측이나 자기 확신으로 지속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며 예측은 빗나갈 수 있다. 유리한 상황에서 큰 이익을 거두는 것도 좋지만 정작 투자의 핵심은 불리한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측도 중요하지만 예측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비책을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새겨야 한다. 살아남아야 또 다른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성공하는 투자의 핵심은 엄격한 리스크 통제를 통해 유리한 지점에서 지속해서 운용할 수 있는 심리적 우위와 대응 능력임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때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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