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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조국, "공수처 신설" 청원 30만 넘자 “이제 국회가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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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조국 민정수석 호소에 올라온 靑 국민청원...30만명 찬성
오히려 야권 자극해 공수처와 검찰 개편 논의 더 꼬일 수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22일 국회를 향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을 거듭 촉구했다.

조 수석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야는 속히 공수처를 신설하라’는 청원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같이 밝혔다.

조선일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공개된 영상을 통해 국회에 공수처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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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 수석은 지난달 6일 ‘검찰개혁을 위한 공수처법 등 법률 제개정에 힘을 실어달라’는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지난해 공수처 신설 논의가 국회 내에서 진전이 없자 올해초 직접 공수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여론에 호소한 것이다.

이에 다음날인 1월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검찰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관련 법안에 힘을 더하자’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 한 달 간 약 30만명이 국민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청원 답변 요건을 ‘동의 20만 이상’으로 잡고 있다.

조 수석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영상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도와달라는 제 요청에 국민들이 함께 해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검찰은 이제 국민께 신뢰받는 기관, 촛불시민혁명 정신을 바탕으로 한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했다.

다만 조 수석과 지지층의 이같은 공수처 신설 압박에도 공수처 신설을 포함한 검찰 개편 관련 국회 입법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유한국당 등에서 정부⋅여당 개편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5일 ‘국정원·검찰·경찰 개혁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제는 입법을 어떻게 이루어 낼 건가라는 입법 전략회의가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수석도 같은날 언론 브리핑에서 회의 참석자들이 입법을 어떻게 할 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여론에 직접 호소해 국회를 압박하는 방식의 입법 전략이 오히려 야권을 자극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수처 신설 논의가 더 꼬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 결정에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반대파를 설득하는 대신 여론에 직접 호소하고 이를 통해 반대파를 압박하는 모습이 야권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아래는 조 수석이 발표한 보도자료 전문.

‘여·야는 속히 공수처를 신설하라’는 청원에 대한 답변을 공개합니다. 지난 1월 6일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개혁을 위한 공수처법 등 법률 제개정에 힘을 실어달라’는 취지의 글을 SNS를 통해 게시했고, 다음날인 1월7일부터 ‘검찰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관련 법안에 힘을 더하자’는 내용의 국민 청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청원에 한 달 동안 30만 3,856명의 국민이 동참했고, 조국 민정수석이 청원에 직접 답변했습니다. 답변 내용 공개합니다.

- 청원 답변 내용 -

"지금 대한민국은 나라를 바로 잡기 위해 이번 정부 내에 검찰과 법원의 확실한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이번 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공수처 신설이 필요한데, 모든 개혁이 그렇듯 이 문제도 가로막혀 있습니다. 이제 우리들이 나서서 검찰 개혁을 위한 공수처 신설 등 법안에 힘을 싣도록 힘을 더해줍시다. 국회는 국민들의 요청에 응답하라"

"오죽하면 조국 수석이 국민들의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을 하겠습니까? 이제 우리들이 나서서 검찰 개혁을 위한 공수처 신설 등 법안에 힘을 더해줍시다."

청원인은 이렇게 제안하셨습니다. 도와달라는 제 요청에 국민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먼저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인사드립니다. 민정수석비서관 조국입니다.

1. 왜 공수처가 필요한가?

‘면죄부 수사’. 힘있는 사람에 대한 과거 검찰 수사 사건들을 기억하십니까? 면죄부 주듯이 봐주면서 시작됐다가,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 ‘망신주기 수사’로 바뀌곤 했습니다. 힘있는 사람, 고위공직자에 대한 공정한 수사, 성역 없는 수사는 어떻게 가능할까. 오랜 기간 머리를 맞댔습니다. 저 같은 청와대 수석, 장관, 법관, 검사 등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수사기구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합치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검찰은 힘이 셉니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직접 수사도하고, 경찰 수사를 지휘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견제는 없습니다. 2008년 MBC PD수첩 기소, 2009년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죄 기소, 2012년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등 정치권력의 이해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움직인 사건이 여럿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습니다. 검찰은 ‘스폰서 검사’, ‘그랜져 검사’, ‘성상납 검사’ 등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고,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엄정한 수사도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검사가 경찰에 출석한 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 뿐입니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은 모조리 기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의 이 같은 권한 남용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즉 공수처를 통해 강력한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가 가능합니다. 물론 검찰 개혁을 위해서만 공수처를 만들자는 것은 아닙니다.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의 고위공직자,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 등 소위 말하는 ‘힘있는 자’ 들에 대해서 눈치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독립적 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여러 차례 ‘공수처는 대통령 주변의 특수관계인, 고위공직자 등의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고 권력을 투명하게 하는 사정기구’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2. 공수처에 대한 국민의 뜻은?

이전 정부 시기인 2016년 6월 여론조사에서 69.1%, 국정농단 실체가 낱낱이 드러난 2017년 4월 조사에서는 79.6%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습니다.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12월에는 81.1%가 지지했습니다. 지난 1월 조사에서는 77% 찬성, 이른바 보수 정당 지지자들도 60~70% 이상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자들이 공수처 도입에 찬성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2018년 3월 "국회에서 바람직한 공수처 도입안을 마련해주신다면, 이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총장이 공수처 도입에 찬성한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입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결단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앞서 법무부도 2017년 10월 공수처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3. 공수처에 대한 걱정들?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수처를 상상해보시죠. 고위공직자 범죄를 제대로 도려내어 촛불정신을 구현하는 공수처, 현재 검찰보다 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공수처 말입니다. 정치적 중립,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국회가 중립적 성격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수처장을 추천하고, 인사위원회를 통해 공수처 검사를 임명합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야당 탄압 수사가 염려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고, 행정부 고위공직자 및 판검사만 수사 대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염려되면, 국회에서 더 세밀하게 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수처 검사 범죄에 대해서는 당연히 기존 검찰이 감시하고 수사합니다. 상호 견제와 균형이 핵심입니다. 불필요한 옥상옥이 아닙니다. 반드시 필요한 필수불가결 처방약입니다.

4. 공수처는 다릅니다.

지난 정부에서 도입한 특별감찰관 제도나 상설특검제도가 있으니 공수처가 굳이 더 필요하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를 감찰합니다. 그런데 수사권이 없고, 감찰 범위는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의 비위행위로 제한됩니다. 청와대 내부 공직기강을 위해 역할이 가능하지만, 공수처와 다릅니다. 상설특검제도는 기존 개별 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건을 수사할 것인지 국회가 의결하거나 법무부 장관 판단에 따라 정해서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형태입니다. 사회적 논란 이후에야 가동되는 ‘사후약방문’이라, 개별 특검법에 의한 특검 제도의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습니다. 입법 후 한번도 가동된 적 없습니다. 공수처는 사전 예방과 사후 엄벌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특별감찰관, 상설특검 보다 훨씬 강력하게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는 사정기구입니다.

5. 20년 만에 때가 됐습니다

지난 12일 국회 앞에 공수처 도입을 외치는 국민들이 모였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한국 YMCA 전국연맹, 한국투명성기구, 흥사단투명사회운동본부 등이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으로 나섰습니다. 올해 1월 28일 검찰과거사위원회도 공수처 설치를 권고했습니다. 이렇듯 시민사회, 정치권과 국민 모두 공수처를 원합니다. 엄정한 법집행에 대한 국민 열망은 뜨겁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인 나와 내 주변부터 공수처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8년 시정연설에서도,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은 직접 기회가 닿을 때마다 청하고 있습니다. 부패를 청산하고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는 작업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반대하는 분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 결론에 이르도록 국회에서 지혜를 모아달라고 했습니다.

검찰의 기소독점이 가져온 폐해에 맞서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움직임은 20년이 넘었습니다. 1998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도 ‘공수처’성격의 제도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역대 정부의 노력은 모두 검찰의 반발에 좌초했습니다. 검찰의 힘이 약화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도 공수처 도입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검찰은 이제 국민께 신뢰받는 기관, 촛불시민혁명 정신을 바탕으로 한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야 합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합니다. 국민청원을 통해 다시 한번 뜻을 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입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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