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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신조어사전] 앵슷(angst) - 뒤틀린 사랑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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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와 당시 여자친구 린다 킹과의 행복한 모습. 찰스 사망 후 린다는 그로부터 받은 연애편지 60통을 모두 경매에 부쳐 6만9000 달러를 벌어들였다. 사진 = One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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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연중 300일 이상 술에 취해 보내는 소설가 헨리는 지금 만나고 있는 여성을 ‘사랑한다’ 되뇌는 중에도 눈으로는 다른 여자를 쫓는 호색한이다. 낡은 그의 아파트를 드나드는 여성들은 때때로 바뀌고, 진지한 사랑 대신 경마를 유일한 취미라 말하는 그는 작가 찰스 부코스키가 그려낸 생생한 분신이었다. 현실을 헨리처럼 살았던 부코스키의 여자들 역시 보통은 아니어서, 그 뒤틀린 관계에 뒤늦게 앙갚음이라도 하듯 그가 유명 작가 반열에 오르고 사망하자 보란 듯이 그에게서 받은 연애 편지 60통을 경매에 부쳐 비싼 값에 팔아치우는가 하면, 그의 두상을 한정판으로 제작해 개당 5천 달러에 판매하는 기행을 이어갔다. 종내에는 ‘부코스키 사랑하고 미워하기’라는 책을 내 두 사람의 불안하고 어긋난 연애사를 만천하에 공개하기도 했다.


앵슷은 불안, 걱정을 뜻하는 영단어 앵스트(angst)에서 유래한 말로 주로 만화나 팬픽에서 주인공 간 어긋난 관계, 극심한 갈등을 주축으로 작중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와 스토리 특성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단지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가 어긋나 있다면 이는 비극이지만, 두 사람 자체가 갈등에 뒤틀려 있다면 틀림없는 앵슷일 터. 사랑에 대한 부코스키의 묘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랑은…일종의 마치… 아침에 일어나서 해가 나오기 전 아침 안개 보일 때 알죠? ‘안개’는 거기 아주 잠깐 머물러 있다가, 그저 타버리죠. 타서 사라져… 아주 빠르게. 사랑은 현실의 첫 햇살과 함께 타버리는 안개요.”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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