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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조성길 딸 북송 막았어야” 伊정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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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교생 딸 귀국’ 공식 통보에… 집권당 “투옥-고문 위험 내몰아”

내각에 상황보고-문책 요구

동아일보

지난해 11월 잠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사진)의 딸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는 소식에 이탈리아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8일 신동아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조 전 대사대리가 부인과 탈출하면서 고교생 딸(17)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으며 딸은 북한에 압송됐다”는 내용을 20일(현지 시간) 공식 확인했다.

[신동아 단독]조성길 북한 대사대리 한국에 못 온 진짜 이유

이는 이탈리아 오성운동 소속 만리오 디 스테파노 외교부 차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 전 대사대리의 딸 강제 송환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전례 없는 엄중한 일이다. 책임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직후 나왔다. 스테파노 차관은 “이탈리아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보호했어야 했다. 그의 딸이 세계 최악의 정권 중 하나로부터 고문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에서 정치인 차관이 정부의 잘못된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자 관련 정보를 갖고 있는 외교부가 먼저 나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이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북한 측이 지난해 12월 5일 조 전 대사대리와 그의 아내가 11월 10일 대사관을 떠났고, 그의 딸은 11월 14일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오성운동의 대정부 압박도 거세졌다.

오성운동 소속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들은 “이탈리아 땅에서 외국 정보기관이 불법 행동을 방해받지 않고 수행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게다가 미성년 딸이 투옥되고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비난했다. 격분한 이들은 연정 파트너인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겸 내무장관이 관련 내용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내무장관으로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그가 왜 미성년자를 보호하지 못했는지를 의회에서 해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살비니 장관은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일과 무관하며 의회 출석도 하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북한과 왕래가 잦은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은 “납치나 강제 송환이 아니라 상식에 따라 평양으로 보내졌고 조부모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며 북한 해명에 힘을 보탰다. 그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장애가 있다”며 “잠적할 때 불편해질 것을 우려해 딸을 데려가는 것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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