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렘(20)과 라완(18)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자매가 지난 9월부터 5개월 넘게 홍콩에서 호주로의 탈출을 위해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미 CNN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름을 가명으로 처리했다. 사진은 니캅을 입고 찍은 동생 라완의 모습. <사진 출처 : CNN> 2019.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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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렘(20)과 라완(18)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자매가 고국을 탈출, 호주로 향하려다가 홍콩에서 발이 묶여 5개월 넘게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고 CNN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름을 가명으로 처리했으며 사진 역시 니캅으로 얼굴 전체를 가린 것들만 보도했다.
이들 자매가 사우디 탈출을 시도한 것은 지난해 9월6일 가족들과 스리랑카의 콜롬보에서 휴가를 지내던 마지막 밤이었다. 렘과 라완 자매는 2년에 걸쳐 비밀리에 사우디 탈출 계획을 세웠다. 몰래 호주 비자까지 발급받았던 이들은 어머니를 설득해 가족들과 함께 콜롬보로 여행을 왔고 마지막 밤에 부모가 보관하고 있던 여권을 훔쳐 홍콩으로 향했다.
같은 날 오후 5시10분 홍콩에 도착한 이들 자매는 오후 7시10분 비행기로 호주 멜버른으로 향할 계획이었지만 항공사로부터 호주행 비자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우디 내무부와 줄이 닿아 있던 자매의 삼촌이 홍콩주재 총영사관으로 하여금 비자를 취소하도록 한 것이다. 홍콩 공항에는 사우디 총영사 등 총영사관 관계자들도 나와 있었다. 렘과 라완 자매는 두바이를 거쳐 리야드로 가라는 제안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납치될 위험에 처했다고 도움을 요청하며 사우디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다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이들은 홍콩 시내에서 인권단체 등의 도움 속에 은신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렘과 라완 자매는 여성들에게 남성의 지도 아래 살아갈 것을 강요하는 사우디에서는 아무 미래도 없다고 판단해 탈출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평생을 니캅을 입고 생활해야 했던 그녀들의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며 니캅으로 전신을 감추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성들처럼 사우디 여성들도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개월여에 걸친 홍콩에서의 도피 생활은 불안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지만 렘과 라완은 사우디에서 탈출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자매가 도피 생활 중 일어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에 대해 이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자신들과 같은 자매들까지 잡아들이려는데 저명한 언론인을 살해한 것은 사우디 당국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망명을 신청한 사우디 국민은 575명이었지만 2년 후인 2017년에는 1200명 이상으로 2배를 넘어섰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사우디 인권운동가 라나 아흐마드는 모함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왕세자가 여성의 운전 허용 등 여성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여권 운동가들을 수감하는 것에 대해 사우디 여성들이 사우디에 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성들의 사우디 탈출 기도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렘은 여성들의 권리가 유린되는 것에 대한 여성들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하는 것이 축하할 만한 일이냐고 냉소적으로 되물었다. 라완은 사우디에서는 좋은 여성이 되라는 강요만 있을 뿐 여성들의 삶이 없다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내가 좋아 선택한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여성들도 남성과 똑같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dbtpwl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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