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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투썸이 작정하고 만든 카페…에스프레소 마니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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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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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선 이태원역에서 한강진역 사이는 서울의 핫플레이스가 집중된 지역이다. 지난해 12월 소리소문도 없이 이곳에 TSP737이라는 커피전문점이 생겼다.

TSP는 CJ푸드빌의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의 약자이며, 737은 이곳의 지번이다. 이곳은 투썸플레이스에서 만든 에스프레소 특화 매장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하는 매장이면 열광하던 고객도 돌아선다는 요즘, TSP737은 대기업이 작정하고 만든 매장은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준다.

TSP737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색이다. 매장 내부뿐 아니라 커피 잔과 디저트까지 강렬한 적색과 흑색이 주를 이룬다. 적색과 흑색 사이의 공간을 메탈과 선명한 원색이 채우고 있다. 투썸플레이스의 기본 색인 적색과 흑색을 더 도시적이고 세련되게 재구성했다.

TSP737은 유러피안 스타일의 에스프레소 매장을 표방한다. 이탈리아처럼 잠시 서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에스프레소 스탠드'를 만들어놨다. 원두도 '이탈리아 원두' 전문 회사 '블레이저'와 협업한 원두와 자체 원두 3종을 사용하는 등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음료에 맞는 원두를 선택했다.

이 같은 TSP737의 모습은 최근 국내 커피시장의 트렌드와는 정확히 반대다. 최근 커피 매장들은 에스프레소보다는 핸드드립을, 고객들이 잠시 머무르기보다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레드와 블랙의 선명한 대비는 제품에서도 두드러진다. TSP737의 시그니처 메뉴인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선명한 홍시 빛깔 콤부차와 한 쌍으로 나온다. 콤부차는 홍차·녹차 등을 발효해 만든 발효 음료다. 시큼함과 탄산감이 있어서 에스프레소를 마신 후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실 우리가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부터 카페라테까지 대부분의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정작 에스프레소의 고향 이탈리아처럼 에스프레소를 직접 마시는 사람은 한국에 드물다. 동료들과 함께 주문하는 자리에서 "에스프레소 주세요"라고 말했다간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식을 얻기 십상이다. 스타벅스가 만들어낸 미국식 커피문화가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쓴맛이 한국인에게는 '이게 커피야 한약이야'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도 한 이유다.

콤부차와의 궁합은 에스프레소에 뜻밖의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상큼한 콤부차 한모금이 쓰디쓴 에스프레소의 잔상을 깨끗이 지워줄 뿐 아니라 TSP737에서 판매하는 스몰 페어링 바이츠(에스프레소와 어울리는 한 입 크기 디저트)로 저절로 손이 가게 만들어준다. 비유하자면 콤부차는 '기름진 삼겹살을 먹다가 마신 한잔의 사이다'와 같다.

디저트에서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가진 투썸플레이스가 만들어서인지 TSP737의 스몰 페어링 바이츠는 하나하나 개성이 넘친다. 세련된 색감과 외관 때문에 "먹기 아깝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든다.

TSP737 은 총 16종의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음료를 판매한다. 이 중에는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라테, 아포가토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음료도 있지만 흑임자와 검은콩이 들어간 블랙라테, 보드카가 들어간 에스프레소 마티니 등 개성 있는 음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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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P737의 시그니처 메뉴인 에스프레소와 콤부차.


이 중 반드시 마셔봐야 할 것은 에스프레소 마티니다. 검은색 마티니잔에 담긴 커피에 크레마가 풍성하게 덮여 있고 그 위에 로스팅된 커피원두가 세 알 올려져 있다. 에스프레소 마티니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메뉴는 아니지만 TSP737의 모던하고 시크한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메뉴다.

TSP737의 힙한 요소는 MD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커피 원두 껍질인 허스크로 만든 허스키 컵과 보드카가 가장 인상적이다. 매장 곳곳은 인스타 인증샷에 최적화된 장소가 가득하다. 매장 제일 뒤편 16개 베리에이션 메뉴로 구성된 벽 앞이 최고의 명당이라고 한다. 음료부터 디저트 하나까지 모두 인스타그래머들의 열광을 자아낼 요소를 엮어낸 곳이다. 지난 2월 18일 기준 총 1643개의 #tsp737 태그가 올라와 있다.

CJ푸드빌은 TSP737을 가장 트렌디한 매장으로 만들고자 월간지 아레나 편집장 출신인 안성현 씨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는 등 다양한 전문가를 기용해 이곳을 완성했다. 이디야커피랩, 맥심커피플랜트 등 대기업들이 만든 다양한 플래그십 스토어 중에서도 개성과 차별화라는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띈다. 최근 커피 시장의 트렌드와는 반대로 가는 용기도 높이 쳐줄 만하다. 특히 디저트의 아기자기한 개성과 독특함은 독립적인 베이커리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한계는 확장성이다. "투썸도 각잡고 만들면 된다"는 인상을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TSP737의 힙함이 전국 1000여 개 투썸플레이스 가맹점에 전달되기에는 두 브랜드의 갭이 크다. 반면 CJ푸드빌에서는 TSP737 매장을 더 낼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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