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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문 대통령, ‘트럼프 띄우기’로 남북 경협 길 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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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19일 밤 트럼프 미 대통령과 35분간 통화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경협사업 비핵화 상응조처 활용 제안

청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 반응 긍정적이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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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5분간 한 통화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뿐만 아니라 회담 뒤 남북 경제협력 가속화까지 시야에 넣고 있다.

청와대 발표문을 보면, 문 대통령은 세가지에 공을 들였다. ‘트럼프 띄우기’, 남북 경협사업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담판 때 비핵화 상응조처로 활용할 선물로 주머니에 넣어주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 ‘제재 면제 얻어내기’가 그것이다. 남북 경협사업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구성요소로 만들어 회담의 성공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3대 경협사업(철도·도로 연결·현대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실행의 길을 트겠다는 포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동시에 남북 경협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이야기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 살리기’에 힘을 쏟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어려운 협상을 여기까지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과 확고한 의지 덕분”이라며 “남북관계에서 이룬 큰 진전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라고 추어올렸다. 자기는 낮추고 상대는 높이는 특유의 ‘겸손 모드’다.

그러고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협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며 한 제안이다. 남북 경협사업을 비핵화 견인 카드로 써서 결과적으로 이 사업에 씌워진 ‘제재 굴레’를 벗겨달라는 당부다. 다만 ‘제재 완화’라는 표현은 조심스레 피했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사업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돈은 우리가 대겠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북한에 수십억달러를 퍼주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15일 백악관 회견)을 염두에 두고, 그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강행에 비판적인 국내 여론을 다독일 ‘카드’를 건넨 셈이다. 남북 경협은 어차피 한국이 감당할 일이라 추가 부담이랄 것도 없다. ‘돈 안 들이고 인심 얻기’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청와대가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일부러 그것도 맨 앞에 명시한 사실이다. 이 사업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유엔 결의 2375호(2017년 9월11일 채택)는 18조에서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사업”은 “사안별로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을 전제로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12월26일 착공식을 하고도 본공사에 나서지 못한 철도·도로 연결·현대화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김광길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유엔 결의 2375호 18조에 따라 제재위원회가 공공 인프라 합작회사 설립을 승인할 때 철도 건설 등에 필요한 기자재 수출입 금지도 예외로 인정하는 포괄적 승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인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20일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성연철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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