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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두 번 봐야 할 극사실주의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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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일본 SF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알리타: 배틀 엔젤’이 개봉했다. 솜털, 모공, 머리카락 재질까지 주연 배우와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된 CG는 두 눈을 의심케 할 만큼 자연스럽다. 270도 3면 ‘스크린X’ 개봉이라는 강수를 택한 영화는 26세기,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알리타라는, 인간과 기계 경계선에 있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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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갈망하는 공중 도시 자렘과 땅 위의 고철 도시로 나뉜 26세기. 모든 기억을 잃은 채 고철더미 속에서 깨어난 사이보그 알리타는 의사 이도의 보살핌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도는 알리타의 위험한 과거로부터 그녀를 지키려 한다. 새로운 친구 휴고는 알리타가 위험한 고철 도시를 헤쳐나갈 방법과 함께 기억을 되찾도록 돕지만 알리타가 과거에 다가갈수록 도시를 지배하는 악당들이 그녀를 노린다. 영화는 실사인지 CG인지 갸우뚱할 정도로 리얼한 비주얼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990년대 연재된 키시로 유키토의 사이버펑크 스타일의 SF 만화 ‘총몽’을 영화로 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 지난 2003년. 이후 ‘아바타’가 제작되면서 2016년이 되어서야 제작에 착수한 ‘알리타: 배틀 엔젤’의 각본은 ‘씬 시티’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에게 전달된다.

영화는 공상 과학 영화의 익숙한 플롯(기억을 잃어버린 채 발견된 기계-그녀를 발견하고 케어해 주는 인간-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다 폭주하는 기계 인간-그녀를 사랑하는 인간의 도움)을 충실히 따르며, 갈등하고 번민에 빠지면서도 자신을 찾아가려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잘 살려 냈다. 스케일과 비주얼 면에서 관객을 충분히 압도하는 것은 8할이 ‘아바타’ 제작진 웨타 디지털의 눈부신 CG 덕이다.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나온 데이터를 바로 CG 캐릭터로 옮기던 방식에서, ‘액터 퍼핏(Actor Puppet)’이라는 실제 배우와 똑같은 모습의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어 내 CG 캐릭터로 완성하는 중간 과정을 거쳤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러너 ‘브렌다’로 분했던 로사 살라자르가 완벽한 사이보그 소녀로 변신했다. 많은 영화에서 악역을 펼친 크리스토프 왈츠는 알리타의 아버지로 볼 수 있는 이도 박사로 분해 따뜻한 부성애를 제대로 연기해 낸다.

관객은 사랑이든 싸움이든 한번 마음 먹으면 끝까지 가는 알리타의 캐릭터에 일단 빠져들고, 그녀가 무겁고 덩치 큰 로봇 사이를 누비며 작은 몸으로 선보이는 고대 격투 기술인 ‘기갑술’의 날렵하고 유려한 액션 신에도 압도된다. ‘씬 시티’, ‘황혼에서 새벽까지’, ‘플래닛 테러’, ‘데쓰 프루프’ 등 전작들에서 ‘모든 망해 가는 것조차 감각적으로 만들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의 특기인 거대한 세계관(600쪽에 달하는 세계관을 감독이 3분의 1가량으로 줄였다)을 지겹지 않게 각색해 영화에 담아냈다. 하지만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원작의 내러티브를 2시간가량 러닝타임에 구겨 넣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후유증일까. 극사실주의 CG와 촘촘히 설계된 세계관에 비하면 갑작스런 애정선과 모성애의 등장, 다소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 악역들은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는 아주 작은 요소다. 스크린X(다면 상영관)를 통해 펼쳐진 미래 공중도시의 위용이나, 촉수처럼 움직이는 로봇 인간의 쇠사슬이 스크린X의 좌우 화면까지 뻗어 나가는 장면은 특별 상영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비주얼 임팩트다. 그러니 당신이 IMAX 3D관을 선호하지 않더라도 ‘알리타’만은 특별관에서 관람하기를. 쿠키영상은 없다.

[글 최재민 사진 (주)20세기폭스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7호 (19.02.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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