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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자국 출신 IS 가담자 받아야 하나’…유럽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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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가서 재판정 세워라” 트럼프, 동맹국들에 요구

유죄 입증 쉽지 않은 데다 국민 여론 ‘반감’ 만만찮아

시간 벌며 송환 해법 모색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을 기반으로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를 선포하며 전쟁과 테러를 일삼았던 ‘이슬람국가(IS)’의 패퇴가 목전에 도달하면서 IS 가담자 처리가 국제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영국·프랑스·독일·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 출신 전투원과 여성, 청소년의 송환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영국에선 시리아 북부의 알 하울 난민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영국 출신 샤미마 베굼(20)의 송환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런던 동부 베스널 그린에서 방글라데시계 부모에게서 태어난 베굼은 16살이던 2015년 같은 학교 여학생 2명과 함께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합류했다. 이후 네덜란드계 IS 전투원과 결혼해 딸과 아들을 낳았지만 둘 다 질병과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했다.

베굼은 셋째 아이를 낳기 직전인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의 장래를 위해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베굼의 가족 변호사는 17일 트위터에 그가 사내아이를 출산했으며 모두 건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영국을 떠나 다에시(IS의 멸칭)에 가담한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신이 해외에서 테러조직을 지원했다면 나는 당신의 귀환을 막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독일·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잔인하기로 악명 높았던 IS 전투원을 데려오더라도 증거가 부족해 유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이들이 구금되더라도 다른 수용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투에 가담하지 않은 여성에 대해서도 테러조직에 동참하기 위해 나라를 버렸다는 국내 여론의 반감이 버티고 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계속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위터에서 영국·프랑스·독일 및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시리아가 붙잡고 있는 IS 전투원 800명을 데려가서 재판정에 세울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을 데려가지 않으면 풀어줄 수밖에 없다는 엄포도 놨다. 외신들에 따르면 IS와 싸우고 있는 ‘시리아민주군(SDF)’이 억류 중인 IS 조직원은 약 40개국 출신이며 이들의 가족은 4000명이 넘는다.

유럽 국가들은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조용히 자국민 송환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프랑스 로랑 누네즈 내무차관은 “우리는 그들을 계속 억류할 쿠르드인들의 역량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한다”면서 IS 가담자들이 프랑스로 돌아온다면 모두 재판을 받고 감금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아동 90명을 포함해 자국민 150명 송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도 자국민이 시리아를 떠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그들이 구금돼 재판에 회부된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 송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쿤 헤인스 벨기에 법무장관은 유럽이 공동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안보 위협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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