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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기자수첩]'베스트셀링카'는 있는데 가전은 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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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지난해 11월 출시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킨 현대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팰리세이드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이 5903대로 집계됐다. 대형 SUV 시장에서 역대 최다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고, 누적 계약 대수만 4만5000대를 돌파했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전제품은 무엇일까. 언뜻 대답하기 쉬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동안 그 누구도 속 시원하게 답하지 못한 질문이다.

국내 가전업계에서 판매량이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제조사가 판매량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탓에 IHS마킷 등 일부 시장조사업체가 내놓은 추정치만 참고할 수밖에 없다.

5000달러~1만4000달러(약 562만~1574만원)에 달하는 시장조사업체 보고서마저도 집계방식을 놓고 시각차가 있어 정확한 자료라고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 간혹 일부 유통업체나 중소 가전업체에서 판매량을 발표하지만, 시장 전반을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판매량을 공개하는 대신 '전 분기 매출 대비 200% 성장', '전년동기대비 판매 3배 증가'와 같은 방식으로 자사 신제품을 강조하는 형국이다.

올해도 업체마다 '에어컨 판매 신기록'을 세울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어떤 제조사의 어떤 모델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소비자는 알 방법이 없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조사가 10여 년 전 에어컨 판매 추정치 정도를 공개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면서 "공개하는 업체만 바보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가전 판매량은 실적이나 투자처럼 공시사항이 아닌 만큼 제조사들이 반드시 공개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베스트 셀링카'와 같은 소비 선택지 하나를 놓치는 셈이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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