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같은 기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전제품은 무엇일까. 언뜻 대답하기 쉬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동안 그 누구도 속 시원하게 답하지 못한 질문이다.
국내 가전업계에서 판매량이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제조사가 판매량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탓에 IHS마킷 등 일부 시장조사업체가 내놓은 추정치만 참고할 수밖에 없다.
5000달러~1만4000달러(약 562만~1574만원)에 달하는 시장조사업체 보고서마저도 집계방식을 놓고 시각차가 있어 정확한 자료라고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 간혹 일부 유통업체나 중소 가전업체에서 판매량을 발표하지만, 시장 전반을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판매량을 공개하는 대신 '전 분기 매출 대비 200% 성장', '전년동기대비 판매 3배 증가'와 같은 방식으로 자사 신제품을 강조하는 형국이다.
올해도 업체마다 '에어컨 판매 신기록'을 세울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어떤 제조사의 어떤 모델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소비자는 알 방법이 없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조사가 10여 년 전 에어컨 판매 추정치 정도를 공개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면서 "공개하는 업체만 바보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가전 판매량은 실적이나 투자처럼 공시사항이 아닌 만큼 제조사들이 반드시 공개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베스트 셀링카'와 같은 소비 선택지 하나를 놓치는 셈이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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