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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제 2의 ‘치메르만·정경화’ 듀오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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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공연 갖는 김봄소리·블레하츠

망국(亡國)의 역사를 공유하는 우리나라와 폴란드는 정서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일까. 폴란드의 천재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치메르만과 바이올린 여제(女帝) 정경화는 7년간 정상의 듀오를 결성해 활동하며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이제는 전설의 명반이 된 슈트라우스와 레스피기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을 1989년에 냈다.

그후 30년 만에 이들의 전설을 이을 듀오가 다시 등장했다. 폴란드 피아니스트로선 치메르만 이후 30년 만인 2005년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라파우 블레하츠와 ‘13전 11승의 콩쿠르 사냥꾼’이란 명성을 얻으며 세계적 연주자로 성장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주인공이다. 두 연주자는 만남부터 극적이다. 콩쿠르의 도시답게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현지에서 TV로 중계되던 2016년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본선 무대의 김봄소리 연주에 반한 블레하츠가 직접 “같이 연주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쓴 게 듀오 결성으로 이어졌다. 이후 2년여 준비 기간을 거쳐 DG에서 최근 음반을 낸 후 세계 순회 연주에 나선 이들은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23일)을 앞둔 12일 기자회견에서 ‘치메르만-정경화’처럼 클래식 세계에 오래 기억될 듀오로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봄소리는 “존경하는 정경화 선생님과 치메르만도 30년 전 DG 레이블을 달고 실내악 앨범을 출시했다”며 “그들에게 ‘오마주(Hommage·존경)’를 바친다고 생각하면서 앨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두번째 방한인 블레하츠는 “기존 아티스트와는 다른 색다른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안식년이었던 2016년 김봄소리의 연주를 딱 듣고 ‘김봄소리가 1위(실제 순위 2위)’라는 판단이 섰으며 그래서 김봄소리 매니저에게 이메일을 썼다”고 듀오의 시작을 설명했다. 이를 듣던 김봄소리도 “블레하츠 연주를 여러 레코딩으로 듣고 영상으로도 봤지만 그의 체임버 뮤직은 참조할 만한 연주가 없었다. 그래서 저의 연주에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도 많았지만 기대도 컸다. 첫 리허설 때 굉장히 떨리는 마음을 안고 포레 음악을 연주했는데 너무 편하게 호흡이 맞았다. 그 후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기억 안 날 정도로 몰입했다”고 회상했다.

세계일보

최근 협주 앨범을 발표한 후 전 세계 투어에 나선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지난 12일 서울 문호아트홀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곡 중 일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같이 레코딩 작업을 하며 선배 연주자인 블레하츠로부터 음악은 물론 삶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는 게 김봄소리 설명이다. 김봄소리는 “블레하츠가 워낙 음악적으로 아이디어도 많고 삶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약관 20세 나이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블레하츠도 자신의 멘토에 대해 말했다. 쇼팽의 후예 자리를 넘겨준 치메르만으로부터는 음악 이외 분야에서도 많은 조언을 듣고 도움도 받는 사이라고 한다. 또 실내악에 있어선 협주로 인연을 맺은 베를린필 수석악장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스타브라바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블레하츠는 “다니엘이 저에게 강조한 게 ‘나와 음악에 대해 해석이 비슷한 파트너를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였다”며 “같은 이해도를 가진 음악가와 함께 작업할 때 아름답고 독특한 해석의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충고였다”고 말했다. 그 결과 파트너가 된 김봄소리에 대해 블레하츠는 “연주를 처음 듣고 나와 음악에 대한 이해, 곡 해석이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실제 같이 연주해보니)당연히 잘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 (이번 앨범 녹음에 포함된 폴란드 작곡가)시마노프스키 음악을 이렇게 잘 연주할 줄 몰랐다. 폴란드 정신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너무 잘 담아내더라”고 치켜올렸다.

폴란드 이야기가 나오자 김봄소리도 “폴란드 연주 때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그처럼 열정적인 관객을 만날 수가 없었다”며 특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공항 검색대에서도 젊은 연주자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넬 정도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나라이며 또 우리나라에 대한 큰 호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16일 광주를 시작으로 23일 서울까지 국내에서 네 차례 공연을 갖는 두 연주자는 2020년까지 이탈리아·스페인·독일·미국 투어 일정이 잡혀 있다. 그 이후에 대한 질문에도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진 못했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블레하츠)”는 답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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