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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트럼프, "아베가 나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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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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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사실을 밝혔으며,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전쟁 직전이었다고 주장했다.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정상회담 사실을 전하면서 “1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행운이 깃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1차 회담에서 많은 것이 이뤄졌다”면서 “더는 로켓이나 미사일 발사가 없고 핵실험도 없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우리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가 돌아왔고 인질들도 송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똑같이 성공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나는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며 비핵화 협상을 장기전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들 알다시피 제재들도 그대로 있다.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를 도왔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대북 제재 이행에 동참해왔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면서 “그들(북한)은 진짜로 미국을 이용해왔다. 수십억 달러가 그들에게 지급됐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제재를 쉽게 풀어주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그는 대신 “나는 북한과 김 위원장이 경제 강국으로서의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에 있는 입지는 경이적이고, 나는 그들이 장래에 엄청난 경제적 번영을 이룰 훌륭한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이후 북한의 경제 번영을 지원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지 실험이 없기를 원한다’는 표현을 두고는 협상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이나 현상유지로 낮춘 것 아이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발언은 기본적으로 1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없었다며 성과를 강조해온 기본 발언들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 협상은 장기전임을 강조하면서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츠세츠공대 정치학 교수는 트위터에서 이 발언을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데 신경쓰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정보당국의 평가를 반박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괜찮은 기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미국 언론들로부터 “골대를 옮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바마는 북한과 전쟁 직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은 북한과 전쟁 직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임자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자신에게 북한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북한과의 큰 전쟁을 시작하는 데 아주 근접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나는 그가 북한과 전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전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전쟁 직전까지 갔지만 자신이 협상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며 치적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2016년 11월 10일 당선인 신분으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만나 정권인수를 협의했을 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 당사자들과 언론들은 전쟁 직전이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2016년에 북한과 전쟁 직전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되고 널리 알려진 북한 핵 프로그램의 위협을 강조하는 것은 큰 전쟁을 시작하려는 것과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에서도 “오바마는 북한에 의한 위협의 심각성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며 “2016년에 우리가 북한과 전쟁 직전이라는 보도도, 관측도 없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말에 북한의 도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전쟁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베가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가 노벨위원회에 자신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준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노벨평화상이라는 것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냈다는 아주 아름다운 서한의 사본을 내게 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가 삼가 일본을 대표해서 당신을 추천했다. 노벨평화상을 당신에게 주라고 그들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면서 “나는 고맙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다른 이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나는 아마 (노벨평화상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왜 받았는지 알지도 못할 것이다. 오바마는 15초쯤 거기 있다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이라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한 뒤 “나는 아마 절대 받지 못할 것이다”라면서도 자신의 치적을 늘어놨다.

그는 취재진과의 문답 과정에서 아베 총리의 추천서가 5장짜리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추천서를 써준 이유에 대해 “일본 영공으로 (북한) 미사일이 지나갔고 경보가 발령됐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 중단으로) 이제 갑자기 그들은 기분이 좋고 안전하다고 느낀다. 내가 그걸 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혼동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신문은 “일부 분석가들은 트럼프가 아베를 문 대통령과 정말로 헷갈렸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보도했다.

민타로 오바 전 국무부 한일담당관은 트위터를 통해 “아첨을 잘 받아들이는 것으로 여러 차례 입증된 한 남자를 상대로 사용할 만한 매우 재빠른 움직임”이라고 아베 총리의 행보를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12일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개인 219명과 기관은 85곳 등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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