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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좋은 서비스였는데”…이름값 못하고 사라지는 ‘해피스팟’ [김기자와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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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 배터리의 양이 부족한 지하철 이용객을 위해 2016년 도입된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대여사업(Happy Spot·해피스팟)’이 수익 부족에 이은 서비스 중단, 서울교통공사와 개발 업체의 법정공방으로 얼룩진 채 예상 기한 절반 가량인 2년여 만에 사라지게 돼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서비스 초기 예상의 10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수요와 회수율 99.9%를 자랑하면서, 모범 서비스로 우뚝 설 수도 있었던 탓에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세계일보

2017년 당시 운영 중이던 '해피스팟'. 세계일보 자료사진


◆호응으로 시작한 ‘해피스팟’…누군가에겐 ‘오아시스’

서울교통공사는 2016년 12월26일 지하철 5~8호선 역사에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대여해주는 ‘해피스팟’ 서비스를 선보였다. 총 152개역(157개소)에 대여기를 배치해 오는 2021년 12월18일까지 5년간 서비스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남은 배터리의 양이 부족해 불안한 승객에게 3시간 동안 무료로 보조배터리를 빌려준다는 취지여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배터리가 부족해 조마조마했던 누군가에게 해피스팟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공사와 업체는 시민에게 IT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광고 게재로 부대수익까지 창출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계약 과정에서 공사는 △배터리 대여기 설치장소 제공 △배터리 회수와 충전·재배치 △고객 콜센터 운영 △열차와 승강장 홍보·마케팅 지원 △동종 기관으로의 서비스망 확장을 담당하기로 했다.

업체는 △대여기 개발과 제작·설치 △배터리 공급 △운영시스템과 장비 개발·기술지원 △현장출동과 기기 보수 △제휴사업 관련 특허권 공동사용 △수익사업 관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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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대여시간(3시간) 안내와 함께 일정 시간마다 지연 반납료 누적을 알린 '이용약관'. 즉석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무료 충전 ZONE'도 있다. 김동환 기자


◆99.9% 회수 자랑하고도…돌연 중단에 갑작스러운 ‘종료’

문제가 생겼다. 어느 역에는 배터리가 많지만, 부족한 곳이 생기면서 원하는 이가 제때 빌리지 못하는 ‘불균형 분배’가 불거졌다. 인력을 투입해 모자란 곳에 배터리를 보충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일부 역에서는 대여기가 고장 나고도 대여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와 헛걸음하는 일도 발생했다.

업체의 재정난에 따른 서비스 유지 불가를 이유로 도입 1년이 채 되지 않은 2017년 12월1일 서비스가 돌연 중단됐다. 배터리를 빌리려던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중단 안내문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총 대여 수량 31만2226개 중 배터리 31만1966개가 제때 반납되면서 회수율 99.9%를 자랑했던 서비스의 생각지 못한 위기였다.

서비스 재개를 점쳤던 이들은 이듬해 2월 붙은 ‘서비스 종료’ 안내문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붙은 안내문과 함께 1년 가까이 방치된 해피스팟은 이름값을 100% 발휘하지도 못하고 결국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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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대여기에 붙어있다. 김동환 기자


◆‘자진 철거’ 요청하는 공사…“드릴 말씀 없다”는 업체

공사는 서비스 종료 안내문이 붙은 후부터 지속해서 업체 측에 대여기 자진 철거를 요청하고 있다.

계약 때부터 철거는 업체 측이 맡기로 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업체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을 3대7로 나누기로 했던 공사와 업체 측은 현재 서비스 중단에 따른 정산금 문제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익을 나누기로 했던 것처럼 손해를 분담하자는 이유로 업체가 정산금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공사 관계자는 “(정산금 문제는) 애초 계약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공사는 콜센터 운영과 배터리 운반에 별도 인건비를 들였다.

철거 문제 관련 입장을 밝혀달라는 세계일보의 최근 요청에 업체 측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3월 말까지 업체의 대여기 자진 철거가 예정됐다고 밝힌 공사는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명도소송을 통한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피스팟과 같은 서비스가 추후 재개될지는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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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기준 구글 마켓의 해피스팟 다운로드 페이지. 매우 낮은 수준의 평점을 볼 수 있다. 구글 마켓 캡처


◆“좋은 서비스였는데”…아쉽다는 지하철 이용객들

해피스팟 서비스 종료에 지하철 이용객들은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모(31)씨는 “이전에 몇 번 이용한 적 있다”며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사라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나중에 다시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배터리를 충분히 마련해서 승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모(27)씨는 “좋은 취지로 설치됐는데 없어진다니 아쉽다”며 “누군가는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는 “기기 방치가 썩 보기 좋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15일 오전 기준으로 구글 마켓에서 여전히 받을 수 있는 해피스팟 애플리케이션은 실행 시 오류메시지 화면만 뜨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30일을 끝으로 더 이상 올라오지 않은 마켓 리뷰에서는 “서비스가 종료됐다더라” “앱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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