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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끊이질 않는 '엽기적 동물학대'…동물보호법에 '예방·재발방지 장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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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동물보호법 구멍 많아, 사후적 처벌 강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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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서울시 강동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던 세입자의 집에서 서너 구의 개 사체가 발견됐다.© 뉴스1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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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1. 최근 강릉의 한 펫숍에서 한 여성이 3개월 된 몰티즈를 던져 죽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몰티즈를 이곳에서 분양받았다. 하지만 식분증(자신의 변을 먹는 병)이 있는 것을 알게 됐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2. 지난해 6월 서울시 강동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던 세입자 A씨의 집에서 백골 상태의 개 사체 4구와 아사 직전의 강아지 1마리가 발견됐다. 세입자는 2017년에도 개 5마리를 굶겨 죽이거나 방치해 조사를 받기도 했었다. A씨는 지난해 12월 검찰로부터 구약식 벌금 3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000만명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동물학대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동물학대 사건을 예방하려면 동물보호법을 크게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물학대 범죄의 법정형이 낮은 데다 실제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방치도 학대"…시민들 의식 따라가지 못하는 '동물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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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개씩 방치된 개들을 도와달라는 글이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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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오염된 물에 음식 쓰레기를 먹으며 추위에 방치된 개들을 구조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에 따르면 견주는 개를 방치하다시피 키우다 새끼를 낳으면 개장수에게 팔기를 반복했다. 지자체에 민원을 넣었지만 "죽거나 상해가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는 말에, 두 눈이 안 보이는 강아지와 치료가 시급한 개들만 주인의 허락을 받고 데려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면서 '동물복지' '동물권'에 대해 시민의 인식은 높아졌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방치된 동물, 학대 받는 동물들을 구조해 달라는 글이 올라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찰이나 지자체에 신고해도 동물보호법 상 처벌이나 구조가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이런 심리를 악용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자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법…죽거나 질병, 상해 있어야 '동물학대'

전문가들은 현행 동물보호법에 동물학대를 예방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장치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물학대는 우선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Δ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Δ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Δ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Δ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Δ물리적·화학적 방법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 Δ살아있는 상태에서 신체를 손상시키거나 체액을 채취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Δ도박· 광고·오락·유흥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단 소싸움 제외) Δ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고양이 등의 동물에게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 등도 상해로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독일 미국의 대다수 주는 '방치(neglect)'도 하나의 학대 유형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채수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 공동대표는 "방치도 해당 동물에게 작위에 의한 동물학대 못지 않은 고통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 '방치'도 '학대'라는 인식과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방치'를 처벌하는 일반조항이 없다. 또 상해와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돼 있다는 지적이다.

◇ 동물학대 재발 막고, 예방 하려면…동물학대범 소유권 박탈·제한 가능해야

전문가들은 현행 동물보호법 상 동물학대자로부터 피학대동물을 긴급 격리할 수는 있지만 영구적 소유권을 박탈·제한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재발을 막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민법상 동물은 '물건'이기 때문에 소유권을 박탈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쉽게 사고 팔며, 아무나 키울 수 있는 사회 구조적 문제들이 동물학대를 막지 못하고 있다.

채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상당수의 주법이 동물학대를 엄격히 처벌할 뿐만 아니라 테니시주, 일리노이주 등 다수의 입법례를 보면 동물학대자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법원이 동물학대자의 동물관리포기와 몰수를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또 동물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일정 기간 동안 동물을 소유 및 점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학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성폭력 경우처럼 동물학대자에 대한 심리치료 및 동물보호교육 수강명령 등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6년부터 동물학대를 '반사회범죄'로 분류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대만도 동물학대범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독일의 니더작센주는 반려동물에 대한 등록제와 면허제를 동시에 시행하며, 입양하기 전 이론시험과 입양 후 1년 이내 실습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또 독일과 네덜란드는 강아지 한 마리당 '강아지세'를 부과해 책임감을 갖고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동물보호법이 계속 강화된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그만큼 원하고 있다는 뜻인데, 동물학대 사건의 고발 결과 사법부나 수사당국이 오히려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동물학대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벌조항의 강화 뿐 아니라 실제 법집행이 엄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해당 지자체, 수사기관, 사법부가 지속적인 감시와 철저한 수사, 합당한 판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yeon737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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