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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30초에 59억원?… '광고는 살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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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1초에 2억원'.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수퍼볼 TV 광고비다. 30초짜리 광고 하나면 우리 돈으로 약 59억원이라니 시청자도 놀랐겠지만, 방송 제작진에게도 몹시 살 떨리는 액수였다. 왜냐하면 "만약 저 광고가 방송 사고가 난다면?" 하는 다소 생뚱맞은 상상 때문인데,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프로그램 전후에 짧게는 몇십 초, 길게는 10여 분 가까이 붙어 있는 광고. 시청자는 지루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기 일쑤지만, 사실 광고는 방송 제작진이 가장 예민하게 다루는 분야 중 하나다. 광고 시간은 돈을 받고 판매한 온전히 광고주의 시간이다. 당연히 광고주가 큰돈을 들여 제작해 온 광고 영상을 0.01초, 단 한 프레임도 잘라내고 방영해선 안 된다. 이 때문에 일반 영상은 VCR을 먼저 스타트(start) 해서 영상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눈으로 확인한 후 1~2초 뒤에 시청자가 볼 수 있게 온에어(on air)시킨다면, 광고는 VCR을 먼저 온에어시킨 후 영상을 스타트한다. 이 때문에 시청자는 간혹 멈춤 화면으로 시작되는 광고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광고가 사고가 날 때가 있다. 가령 방송 장비가 고장 난다든가, 아니면 제작진 실수로 광고 영상이 중간에 끊기는 경우다. 이럴 때는 그 어떤 방송 사고보다 경위를 철저히 따져 책임을 묻는데, 그 사안이 심각할 경우 제작진이 광고비 일부를 물어내는 중징계가 내려지기도 한다. 1초에 2억원이나 하는 수퍼볼 광고비를 보며 간담이 서늘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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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TV에서 자주 등장하는 '1분 뒤에 계속됩니다' 하는 중간광고 안내문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자막이다. 이 자막을 중간광고 직전 넣거나 앵커 멘트로 "1분 광고 보겠다"는 멘트를 하지 않으면 제재 대상이다.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이다.

또 술이나 탄산음료 광고를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일정 시간대에 방영해서도 안 된다. 간혹 낮 시간대에 착각해 밤 시간대 광고 영상을 끌어다 쓰면 그 안에 이런 금지 광고가 들어 있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 손해가 발생하는 '살 떨리는' 방송 광고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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