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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사설] 파열음 자초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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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노후자금 집사 역할’(스튜어드십 코드)을 한다더니 거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그간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남양유업을 상대로 배당 정책 수립을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정관 변경을 제안해 왔다. 그런데 남양유업은 그제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를 공개 거부했다. 국민연금의 제안에 따라 배당을 확대하면 “오히려 최대주주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한국 기업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칼을 찬 국민연금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터에 남양유업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대기업 대주주의 위·탈법에 대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할 것”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남양유업의 공개 거부는 자칫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더구나 국민연금이 기금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명분에 반기를 들기도 어렵다. 실제 남양유업의 2017년 이익 중 배당금 비중을 나타내는 현금배당 성향은 17%, 최근 주가 기준 시가배당률은 0.16%에 그친다. 코스피 상장사 평균을 크게 밑도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더 많이 배당하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그래서는 되레 대주주만 이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유업은 대주주를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율이 53.85%에 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남양유업은 “지분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제안을 수용하면 사내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면서 기업 가치가 깎여 오히려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국민연금이 이같이 자가당착적으로 정책을 펴면 기업이 생산활동에 전념하기 어렵다. 연금을 기업 손보기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무리수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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