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로하니 美겨냥 "탄도미사일 증강"…트럼프 "40년 실패정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란 정권 실패의 40년.' '미국에 죽음을.'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반미 이슬람혁명 40주년을 맞아 미국과 이란이 또 한 번 극명하게 각을 세우고 있다. 이란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로 인한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해 정권의 핵심 구호로 '반미'를 다시 내걸었고, 미국은 현재 이란 정부가 있는 한 발전은 없을 것이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은 중동 정세 불안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향후 국제 유가 등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주목된다.

현 이란 신정국가 체제의 배경이 된 이슬람혁명 40주년을 맞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본인 트위터에 "이란 정권은 40년간 실패만 양산했다"고 밝히며 이란 정권을 강하게 비난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실패의 40년이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란 핵합의 파기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5월 합의 파기를 선언했으며 같은 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이란 제재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이란은 물론 이란산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 이라크를 압박할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이슬람혁명 40주년을 맞아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서는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이어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슬람혁명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미국의 압박과 제재에 맞서 자국 군사력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증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또 그는 "우리는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명을 기념하는 날에 맞춰 미국과 이란 정상이 서로 강도 높게 비난하며 앞으로의 갈등을 예고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아울러 "서방의 제재로 이란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민이 서로 돕는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들의 사악한 목표는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걸어 온 길을 지속해서 걸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CNN에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과 첨단기술 덕분에 어떠한 침략도 막을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갖추게 됐다"며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이란과 충돌하면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혁명 40주년을 맞이한 이란 도심에서는 군인부터 학생, 성직자, 아이의 손을 잡은 여성들까지 시민 수만 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거리 곳곳에서 시민들이 호메이니 초상화를 들고 있었다. 또 일부 시민이 이란 국기를 흔들며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으며, 성조기를 불태웠다. 알자지라는 수백만 명이 혁명 40주년을 맞아 미국의 제재로 인해 커지는 정치·경제 압력에 맞서 그들의 이슬람 원칙에 대한 충성을 재확인했다고 테헤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란 내에서는 이슬람혁명 이후 바뀐 정치와 경제 상황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거 혁명 시위에 참여했던 아볼카셈 샤피는 CNN에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국가를 더 종교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경제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제재로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이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인상되면서 인플레이션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40%에 이르렀고, 리알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0% 가까이 떨어졌다.

이란에서는 대규모 실업과 물가 상승으로 대학생과 빈민층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 서민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이 일부 부유층 자녀들은 인스타그램에 고급 차와 명품, 수영복 파티 등 호화 생활을 자랑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란 현지 언론인인 아미르 아흐마디 아라니안은 NYT에 "부유층 자녀들은 가난한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뻔뻔하게 포르쉐와 마세라티를 몰고 다니며 그들의 부를 인스타그램에 자랑한다"고 비판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78년 2168달러에서 2017년 5594달러로 250%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터키의 1인당 GDP는 1550달러에서 1만546달러로 680%나 증가했다.

이란은 시리아와 이라크 등 인접국과 협력해 경제난 극복에 나서고 있다. 이란과 시리아는 지난달 29일 주택과 철도,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등 11건의 사업에서 장기간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라크 접경 자유무역지대도 아르반드 한 곳에서 메르한, 바네-마리반 등 세 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의 제재 복원이 이란이 이웃 국가들과 경제적·군사적으로 밀착하게 만들고 이란의 역내 위상만 강화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1979년 2월 11일 이란에서는 친미 정권인 팔레비왕조가 무너지고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주도 아래 이슬람원리주의에 입각한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수립됐다. 이란의 반미 정책을 상징하는 사건인 이 혁명으로 이란은 신정일치 국가가 됐다.

[김덕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