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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당대표 뽑으려다 콩가루 집안 되는 것 아니냐”…계파 싸움에 멍드는 국힘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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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책임 놓고 친윤·친한 대립 구도
‘러닝메이트’ 허용에 계파 싸움 심화

“野랑 싸울 사람 뽑으려다 우리끼리”
국힘 지지층서 韓 적합도 1위…59.3%


매일경제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의원(사진 왼쪽부터),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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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전당대회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 당 대표 자리를 놓고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거야(巨野)에 맞설 선봉장을 뽑는다는 명분에서 전당대회 흥행에는 성공한 분위기지만, 경쟁이 과열되면 도리어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단 우려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가장 먼저 불거진 건 계파 분쟁이다. 전당대회가 ‘친윤·비한(親윤석열계와 比한동훈계)’ 대 ‘비윤·친한(比윤석열계와 親한동훈계)’의 구도로 짜이면서 계파에 따른 줄서기 양상이 일찍부터 나타나는 모습이다. 지난 4·10 총선의 책임이 누구 몫인지 평가가 곧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면서도 한동훈 후보가 ‘정치 초보’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고 보는 당원들은 전자로, 한 후보의 고전에도 용산발(發) 악재가 작용했다고 보는 당원들은 후자로 분류되는 식이다. 정치 책임론과 그에 따른 계파 분쟁은 국민의힘의 고질병이다.

후보들 역시 계파 분류로 당심을 온전히 잡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후보는 “우리는 친국회, 친국민, 친국가”라고 언급했고, 나경원 후보도 최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계파에 줄 서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러닝메이트’ 방식 선거운동을 용인하면서 계파 싸움은 더 심화하는 분위기다. 당 선관위는 당헌·당규상 문제 될 게 없다고 판단했으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이 안에서부터 흔들릴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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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내 국민의힘 대회의실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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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원들이 직접 각 후보의 캠프에 개입할 수는 없으나, 의원실 보좌진이 파견되는 식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현역 의원은 캠프 활동을 못 해서 모 후보 캠프에 보좌관 2명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계파 분쟁 양상이 짙어질 경우 당의 분열을 초래, 전당대회 이후 당내 분위기가 더 뒤숭숭해질 수 있다는 게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랑 싸울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우리끼리 싸워서야 하겠느냐”며 우려를 표했다.

그런가 하면 당의 중책을 뽑는 자리인 만큼 총선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하고, 당을 실질적으로 쇄신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현역 의원은 “당 대표는 곧 당의 정체성”이라며 “계파 분쟁보다는 쇄신을 위한 진통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산적한 여러 현안에 대해 각 후보가 제시하는 의견 또한 관전 포인트다. 야권이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도 있지만, 6·25 전쟁 74주년이었던 지난 25일부터는 ‘핵무장론’을 둘러싼 논의도 활발하다.

원희룡 후보의 경우 한 후보가 제시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이재명 어버이당이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윤 대통령) 탄핵의 초시계를 작동시켜놓은 것에 말려드는 순진하고 위험한 정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의 채상병 특검법 제안은 “경험이 없는 발상”이라며 “경험을 좀 더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계 현안이 대통령실을 겨냥할 수 있단 판단에서 한 후보를 견제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원 후보는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와 동시에 친윤계의 지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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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후보들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인사한 뒤 착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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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론을 놓고서도 의견이 갈렸다. 나 후보는 “힘 있는 국가만이 생존한다”며 핵무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다른 세 후보는 모두 ‘신중론’을 펼쳤다. 윤상현 후보의 경우 “국제적·경제적·외교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분열 우려가 제기될 만큼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다른 후보들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후보별 적합도는 한 후보가 37.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나 후보는 13.5%, 원 후보는 9.4%, 윤 후보는 8.5%였다.

전체 응답자 중 자신을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밝힌 39%의 후보별 적합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한 후보의 당 대표 적합도가 59.3%를 기록했다. 그다음으로는 원 후보 15.5%, 나 후보 12.6%, 윤 후보 5.9%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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