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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사설] 도 넘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정치 편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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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진행자, 지상파 TV·라디오 싹쓸이 출연

정부 변호 매체 전락해 ‘진보적 여론’ 독과점 우려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성이 도를 넘고 있다. 친정부 일색의 진행자와 균형감 잃은 내용으로 공공성을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극소수 친정부 성향의 진행자들이 TV와 라디오, 그것도 여러 방송사를 돌아가며 프로그램을 싹쓸이한 지 오래다. 과거 팟캐스트 진행자 시절 막말을 지상파에 그대로 옮겨와 물의를 빚기도 한다. 진행자뿐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 출연자들도 친정부 인사들에게 치우치고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11일 공개한 ‘박근혜· 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책임연구원 윤석민 교수)에서도 이 점은 잘 드러난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초기 500일간 지상파 TV,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정치 편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TV 시사 프로그램의 편향성이 진행자, 출연자, 인터뷰이, 자료화면, 부가적 화면요소 등에서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또 “이 정부 들어 생긴 ‘오늘밤 김제동’, ‘저널리즘 토크쇼 J’(KBS), ‘탐사기획 스트레이트’(MBC·주진우 진행), ‘김어준의 블랙하우스’(SBS)가 높은 편향성을 드러냈다.” “TV 시사 프로그램은 분명한 편 가르기 경향을 드러내고 있으며, (지금 한국 방송에) 균형적이면서도 열띤 논쟁이 이루어지는 정론적 시사 프로그램은 없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었다.

라디오 분석 결과도 비슷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TBS), ‘김용민의 정치쇼’(SBS) 등 편향이 심한 프로들에서 ‘친정부, 주장의 일방성’이 높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가장 편향성이 심한 프로그램으로 조사됐다. 김어준은 2017년 11월 생방송 도중 장애인을 비하하는 ‘X신’이란 표현을 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연구는 “박근혜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 라디오에서 정부 비판적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정부 변호적 프로그램으로 변화했다. 다양한 의견을 들려주는 숙의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내용의 정치편향과 그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심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건 더 큰 문제다. 북한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장’ 인터뷰로 큰 논란을 빚은 KBS ‘오늘밤 김제동’에 대해서도 방통심의위원회는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당시 심의 회의에서 야권 추천 위원들은 심의 결과에 반발하며 퇴장하기도 했다. 여야 쿼터제라는 위원회의 인적 구성 자체가 심의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본질적인 한계다.

미디어도 정치 지향을 가질 수 있지만 공공재인 한정된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에는 그 어느 매체보다 강한 공공성이 요구된다. 방송사 사장에 대한 ‘코드 인사’ 이후 친정부적 행보를 보여 온 지상파가 그 대가로 중간광고 허용, 수신료 인상 등을 챙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팽배한 상황이다. 정부 등 권력의 감시자라는 언론의 본분을 잊은 지상파의 진보 여론 독과점에 대한 시청자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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