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인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을 가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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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부담해야 할 연간 주한미군 주둔비가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올해 방위비 분담금이 정해졌다. 계약 기간이 1년에 불과해 조만간 내년치 협상에 들어가야 할 형편인데 더 많은 금액을 바라는 미측과 다시 줄다리기를 벌이게 됐다.
올해부터 적용될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의 한미 양측 수석대표인 장원삼 외교부 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협상 대표는 1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협정문에 가(假)서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협상은 미국 측이 제시한 유효 기간 1년 방안을 한국이 수용하는 대신 미측이 당초 하한 금액으로 요구했던 10억달러(1조1,305억원)보다 900억원 정도 적은 액수를 받아들이는 식으로 타결됐다. 올해 분담금은 지난해 분담액 9,602억원에 2019년도 한국 국방 예산 인상률(8.2%)을 적용해 산출한 것이다.
이번 협상을 통해 우리가 얻은 건 미측의 방위비 분담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다. 군사건설 분야에서 ‘예외적 추가 현금 지원’ 근거를 없애고 설계ㆍ감리비 현금 지원 비율(군사건설 배정액의 12%)을 집행 실적에 따라 줄일 수 있게 해 ‘현물 지원 체제’를 강화했다. 또 군수지원 미집행 지원분의 자동 이월을 제한하고,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인건비 지원 비율 상한선(75%)을 철폐했다.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진통이 있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 자산을 전개할 때 드는 비용을 우리 측이 분담하게 하려고 ‘작전 지원 항목’을 신설하려 하다가 방위비 분담금 협정 취지와 목적이 주한미군 주둔 경비 분담에 있다며 한국 정부가 버티자 요구를 철회했다.
협상 막판인 지난해 연말 미측이 돌연 ‘최상부 지침’이라며 ‘유효 기간 1년, 총액 10억달러 분담’ 방안을 내놓으면서 우리 측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유효 기간 5년에 양측이 사실상 합의한 상황이었다.
미측이 유효 기간 1년 카드를 꺼낸 건 현재 마련 중인 세계 동맹국들 대상 방위비 분담 공통 원칙이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 새로 협상하겠다는 의도라는 게 당국자 설명이다. 1년짜리 협정 탓에 당장 내년부터 적용될 협정 협상에 나서야 하지만, 월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를 매듭짓자는 양국 의지가 절충안에 반영됐다는 게 외교가 분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가서명 직전 베츠 대표를 만나 “총액 등에서 차이를 좁힌 건 그동안 우리가 쌓은 선의와 신뢰 덕분”이라며 “여기까지 오는 게 매우 긴 과정이었지만 결국 성공적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협정은 가서명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정식 서명되며, 4월쯤 국회에서 비준 동의안을 의결하면 정식 발효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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