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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CEO] 친환경·미래車 부품 세계1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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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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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마그나 유압제어사업부 인수 작업이 끝나면 한온시스템은 성장의 제2막을 시작한다. '원(ONE) 한온' 정신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 미래차 공조·열관리시스템 시장 글로벌 1위가 되겠다."

손정원 한온시스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를 세계적 부품사로 우뚝 서는 원년으로 만들고자 한다. 모멘텀은 충분하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나의 유압제어사업부(FP&C) 인수가 상반기 중 모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한온시스템은 마그나 유압제어사업부 인수를 발표해 자동차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마그나는 보쉬, 덴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다. 한온시스템이 인수하는 유압제어사업부는 유럽과 북미, 아시아에 총 10개의 공장과 엔지니어링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직원만 4000명이 넘는다. 2017년 매출은 1조6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역대급 인수·합병(M&A) 사례에 속한다. 1조4000억원짜리 딜이다. 한온시스템은 마그나 유압제어사업부 인수로 친환경차 등 미래차 부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 사장은 "한온시스템은 현대차 비중이 50%가 넘지만 마그나는 10% 미만일 정도로 고객군이 거의 겹치지 않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마그나 유압제어사업부는 전기차의 중앙처리장치(CPU)라고 불리는 전자제어장치(ECU)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인수가 모두 끝나면 자동차 공조 및 열에너지 관리 영역에서 한온시스템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군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부분은 현대·기아차와 포드 비중이 70%에 달하는 한온시스템에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줄이고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데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마그나 유압제어사업부 인수로 확보한 새 고객군에 대한 새로운 친환경·전동화 부품 판매 확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온시스템의 현재 수주 상황을 볼 때 2023년 현대·기아차와 포드 비중은 6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새로운 제품이란 전동식 냉각수 펌프와 전동식 미션 오일펌프, BLDC 모터(브러시를 제거해 내구성과 효율을 높이고 소음을 감소시킨 모터) 기반 전동 쿨링팬 등으로 하이브리드·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말한다.

손 사장은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실내 공기 조절, 엔진 열관리뿐만 아니라 배터리 등 전장 장치 열을 관리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부품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한온시스템이 강점을 보이는 전동식 공기압축기 등 전기차 특화 제품과 마그나 유압제어사업부 제품은 서로 연관성이 높고 생산 방식이 유사하기 때문에 합치면 놀라운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자동차 부품 산업의 위기를 불러온 가운데 한온시스템은 어떻게 위기를 넘어서고 있을까. 지난해 3분기까지 한온시스템은 매출 4조3251억원, 영업이익 2780억원을 거뒀다. 많은 부품사가 적자의 늪에 빠져 고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실적이다.

손 사장은 우선 독보적인 기술력을 꼽았다.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쌓은 공조·열관리 시스템 경쟁력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까지 자연스레 확대됐다는 뜻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주효했다. 한온시스템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5년 4%에서 지난해 5%대까지 올라갔다.

손 사장은 "전 세계 18곳에 있는 R&D 거점에서 14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현지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여전히 수익성이 높지 않은 미래차 분야에 쏟아야 할 투자비가 만만치 않지만 트렌드를 앞서 준비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에 따라 미래 자동차 시대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온시스템은 올해 일본과 유럽 연구소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손 사장은 "일본 연구소에 압축기 성능·내구 시험 설비를 새로 만들 예정"이라며 "유럽은 체코 연구소의 시험실 확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미리 준비한 덕분에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등 친환경 미래차 부품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손 사장은 "자율주행 전기차의 경우 탑승객의 안락함은 물론 내부 열관리가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전 세계에서 차량 내부 열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곳은 한온시스템 등 두 곳뿐이기 때문에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를 필두로 한 미래차 시대에 차량 내부의 열관리는 연비 개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손 사장은 "내연기관차에서 공조제품이 단순 액세서리에 불과했다면, 전기차에서는 주행거리 확보를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제품으로 탈바꿈했다"며 "한온시스템의 히트펌프 시스템은 전기차 내부의 폐열을 재활용해 배터리 소모를 현저하게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수소전기차 확산 정책도 한온시스템에 큰 기회이다. 최근 문재인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 국내 누적 생산량을 620만대까지 늘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온시스템은 현재 국내 유일의 수소차인 '넥쏘'에 공기압축기를 공급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공기압축기와 비교해 마찰과 마모를 줄여 내구성은 높이고 소음은 크게 줄인 혁신적인 제품이다.

손 사장은 "항공기에 적용하는 기술을 응용해 수소차용 공기압축기를 개발했다"며 "기반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소차 산업이 다른 산업으로 확장되면 또 다른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공학도 출신인 손 사장은 전자공학과의 융합을 의미하는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라는 키워드로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제시했다. 최근 전자회사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미래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전자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일렉트로 메카닉스(Electro-Mechanics)'라고 부르는 흐름이다.

손 사장은 "미래차는 기계에서 전자기기로 바뀌게 되고 교체 주기도 빨라진다. 미래차 개발 업체들은 핵심 기능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외부에 맡길 것"이라며 "완성차 중심의 자동차 산업은 한온시스템 같은 부품사와 ICT 업체들 간 긴밀한 협업 체계로 생태계 구조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말은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이끄는 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생산시설을 보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애플이 직접 아이폰을 만들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완성차 조립은 누구나 하지만 핵심 부품은 아무나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춘 부품사들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 사장은 "전자회사들이 최근 자동차 부품사를 인수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개별 부품이 아니라 시스템 설계 능력이 있는 부품사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He is…

△1962년 서울 출생 △중앙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6년 한라공조 생산기술팀 입사 △2009년 한라공조 앨라배마 법인장 △2013년 한라비스테온 구매본부장(전무) △2014년 한라비스테온 한국본부장(부사장) △2015년 한온시스템 글로벌운영본부장 △2017년 한온시스템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2019년 1월 한온시스템 CEO

[문지웅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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