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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시가 있는 월요일] 멀어질수록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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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그대는 내게서 멀어질수록 푸르렀다
물결무늬 문신을 새겨놓고
물비늘 뒤집으며 떠나가는 코발트블루의 바다여
나는 주저앉은 뻘밭,
잠들지 못하는 바람,
내 안의 사해(死海)는 자꾸 달아올라 균열이 가고
잿빛 구멍들 숭숭 뚫린다

폐선 한 척 기우뚱,
넘어가는 어느 노을녘,
비릿한 물머리 들이밀며 들어설 나의 코발트블루 바다여
닻도 없이 마음은
언제나 설레이는 저쪽 바다에 있다

- 조명 作 <썰물에게> 중

파도는 나를 버려둔 채 멀리 가버렸다.

내게는 물결무늬 새겨진 뻘이 남았을 뿐이다. 햇볕에 갈라지고, 구멍이 숭숭 뚫린 뻘에서 나는 그대를 그리워한다. 내게서 멀어질수록 파란색이 더 짙어지는 파도를 그리워한다. 나를 버린 파도를 말이다. 매력적인 시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며 상념에 잠겨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썰물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다. 바다가 덮고 있었던 것들이 눈앞에 드러나는 풍경은 늘 낯설다. 지구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가버린 파도는 늘 야속하게 푸르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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