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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트럼프·김정은, NCC서 회담후 메리어트 주변 호숫가 걷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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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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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2월 마지막 주는 룸 예약이 모두 끝났네요. 빈방이 없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 하노이를 낙점한 직후 유력 회담장으로 꼽히는 JW메리어트 호텔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호텔 리셉션 센터에 방문해 '중요한 손님이 오는 날이라 방을 꼭 구하고 싶다. 웃돈을 줄 테니 빈방이 있으면 달라'고 간청했지만 "방 예약이 완전히(completely) 끝났다. 다음달이 되어야 빈방이 나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현지에서는 미국과 북한 측에서 회담을 앞두고 방의 상당수를 '입도선매'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상회담 유력 장소였던 다낭을 제치고 하노이가 최종 개최지로 '깜짝 낙점'되자 하노이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 주요 언론들이 잇달아 주요 뉴스로 회담 소식을 다루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2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뜨거운 취재 열기는 1차 회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백악관을 통해 하노이 정상회담 취재를 신청한 기자는 9일 마감 결과 모두 340명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한국, 중국, 일본 등 관계국을 포함하면 언론인 수천 명이 하노이로 몰려들 전망이다.

베트남 국민 역시 수도인 하노이가 회담 장소로 낙점된 것에 대해 들뜬 모습이다. 베트남과 밀접한 관계로 접어든 한국에 베트남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베트남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회사원 응우옌아잉부 씨는 "두 정상 간 의미 있는 합의가 도출되면 '베트남의 친구' 한국의 역사책에 베트남 하노이가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정상이 회담 기간에 묵을 호텔과 회담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거론한 JW메리어트 호텔은 숙소 혹은 회담장으로 반드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방문 기간 이 호텔에 투숙한 경험이 있다.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이 호텔을 택했다. 다수의 정상이 거쳐갔다는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공히 숙소로 삼을 만한 '검증 절차'가 끝난 셈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두 정상이 JW메리어트 호텔과 도보 5분 거리인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회담하고 호텔 건물을 둘러싼 호수에서 산책하며 '도보회담'에 나서는 것이다. JW메리어트 호텔과 국립컨벤션센터는 사실상 같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둘을 합쳐 도보로 10분 안팎 걸리는 회담 동선을 무난하게 짤 수 있다. 다만 이 호텔이 숙소와 회담장 용도로 한꺼번에 쓰일지는 미지수다. 이럴 경우 호텔에 투숙하지 않는 국가 정상이 회담을 위해 상대편 정상을 방문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JW메리어트 호텔이 정상회담 명목으로 활용된다면 트럼프 대통령 숙소로는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인터콘티넨털 하노이 웨스트레이크' '셰러턴 하노이' 등이 거론된다.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은 2017년 하노이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차례 묵은 바 있는 친숙한 곳이다. 하노이 중심가인 호안끼엠 근처에 있지만 좁은 입구를 통제하면 보안을 유지하기도 쉽다. 인터콘티넨털 하노이 웨스트레이크와 셰러턴 하노이는 서호를 끼고 자리 잡은 호텔이다. 호수 방면으로는 사람이 진입할 수 없어 경호하기 쉽다.

김 위원장 숙소로는 앞서 거론한 호텔과 함께 '멜리아 하노이'가 추가로 검토될 전망이다. 멜리아 하노이는 북측 관계자들이 하노이에 출장 올 때 주로 묵는 호텔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출장길에 오른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 호텔에 묵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국방부 소속 영빈관이 김 위원장 숙소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하노이 중심가 '오페라 하우스' 부근에 위치한 이곳은 과거 베트남에 출장 온 사회주의 국가 정상이 종종 숙소로 삼았던 곳이다. 투숙객을 고려해야 하는 호텔과 달리 완벽하게 고립된 장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 = 홍장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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