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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넷플릭스 가입 100만 넘었는데…속도는 아프리카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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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가입자가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는 넷플릭스 서버가 없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통신사들은 해외에 있는 넷플릭스 서버에 접속하기 위한 국제망을 증설하거나 자주 쓰는 데이터를 모아놓는 넷플릭스 캐시서버를 설치해야 하지만 둘 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SD 화질은 3.0Mbps, HD급은 5.0Mbps, UHD는 25Mbps 속도를 권장한다. 만약 이용자 인터넷 속도가 3.0Mbps 이하라면 SD급 영상을 원활히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으면 콘텐츠 자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국가별·인터넷사업자(ISP)별 속도를 공개하고 있다. 넷플릭스 서버에 접속하는 속도를 측정한 결과다.

이 속도 측정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측정한 59개국 중 한국은 51위로 평균 속도가 2.74Mbps에 그쳤다. 이 정도는 최하위권인 남아프리카(2.63) 수준이다. 미국(4.29), 영국(4.18)등 영미권에 비하면 한국은 한참 떨어졌다. 아시아권 주요 국가인 일본(3.3) 홍콩(4.09) 싱가포르(4.01)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인터넷 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넷플릭스 속도만 떨어지는 것은 넷플릭스 해외 서버에 접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에 데이터 서버를 둘 수 없는 넷플릭스는 자사가 개발한 캐시서버를 콘텐츠 제휴를 맺은 ISP에 무상으로 빌려주는 방식으로 속도 저하를 막는다. 그 대신 캐시서버 운영 비용과 전용회선 비용을 ISP가 부담하도록 한다. 넷플릭스와 제휴한 LG유플러스와 딜라이브는 캐시서버를 설치한 후 3.0Mbps대 이상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지 않은 곳들이다. 최근 넷플릭스가 대대적 마케팅을 전개하고 '킹덤' 등 오리지널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급증하자 KT와 SK브로드밴드는 기존 망으로는 넷플릭스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속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3.70Mbps, 딜라이브는 3.44Mbps로 높은 속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캐시서버가 없어 해외 서버에 접속해야 하는 KT(2.86)와 SK브로드밴드(1.65)는 속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고객 항의가 빗발치자 SK브로드밴드는 최근 국제망 연동을 증설했으며, KT도 이달 국제망 연동을 증설한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는 임시방편"이라며 "해외망 증설에 수십억 원이 들었다. 넷플릭스 이용자가 여기서 더 늘면 또 증설해야 할 텐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다고 넷플릭스 캐시서버를 무상으로 설치하자니 받아야 할 돈을 받지 않는 것이어서 또 다른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전용회선 비용을 내기로 계약한 것처럼 넷플릭스도 망 비용을 내야 하는데 고객을 볼모로 ISP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넷플릭스 서비스만을 위해 해외망을 증설하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라면서 "넷플릭스는 안정된 인터넷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그 모든 비용을 통신사에 떠넘기는 게 합당한지 넷플릭스와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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