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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 ‘하노이 드라마’ 선과 악의 대결로 몰고가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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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리얼리티 TV 쇼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지만,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의 속편인 ‘하노이 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목에 비핵화의 족쇄를 채우는 비장의 묘기를 선보여야 한다는 미국 안팎의 압박을 받고 있다.

◆집권 3년 차 출정식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말부터 2020년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정치적 유산을 남길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려고 잔뜩 벼르고 있다. 미국의 AP 통신은 9일(현지시간) “집권 3년 차 트럼프가 오리지널에 필적하는 극적인 속편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속편 하노이 드라마에서 오리지널 싱가포르 편을 압도하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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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는 “리얼리티 TV 쇼 출신인 트럼프는 뉴스 사이클을 어떻게 조종할지 본능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무대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정밀하게 관리해 힘과 드라마를 보여주려 한다”고 전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과거와 현재 문제를 다루면서 (관객의) 흥분을 고조시키는 데 전념해왔다”고 강조했다.

◆리얼리티 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에 중대 뉴스 발표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히 이례적으로 정 실장이 백악관에서 내외신 기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발표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후에 회담 장소와 날짜 등을 놓고 북한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했고, 북한 측이 태도 변화를 보이자 다시 이를 추진하는 등 롤러코스터 쇼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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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후속편’을 줄지어 예고하는 연출 기법을 동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초에 2차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가 이를 1, 2 월로 늦추겠다고 한 뒤 2월 27, 28일로 회담 날짜를 잡았다. 트럼프는 지난달 18일 방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백악관 회동 이튿날인 19일 ‘회담 개최 국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5일 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그 나라가 베트남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이때에도 개최 도시를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회담을 불과 19일 남겨 놓은 8일에 트위터로 회담 장소가 하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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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드라마

드라마의 가장 고전적인 플롯은 선과 악의 대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이번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이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must-see) 드라마가 돼야 하고, ‘선과 악의 대결’ 아이디어를 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AP가 전했다. 이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은 2차 정상회담이 1차 회담처럼 드라마틱할 수가 없고,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으나 트럼프가 국정연설에서 이 회담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이를 강행하도록 참모들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손자병법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Stephen King)은 트위터에 “김정은이 이미 트럼프를 간파했다”고 적었다. 킹은 김 위원장이 시공을 초월한 전쟁론의 고전으로 꼽히는 손자병법을 마스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킹은 “이 병법서의 저자 손무는 허약한 척하면서 적의 자만심을 자극하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9일 킹의 이 트윗은 4000번 이상 리트윗됐고, 2만2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고 전했다. 킹의 트윗에는 “김정은이 트럼프를 바이올린처럼 연주하고 있다”는 댓글이 붙기도 했다고 타임이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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